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北·이란·베네수엘라를 어쩌나…트럼프 외교 삼중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 이른바 세계 '불량 국가'의 동시다발적 도전에 직면하며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그의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들어 강경 일변도인 트럼프 정부 외교 정책의 한계가 노출되고 있는 가운데 불량 국가들의 저항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미국 언론과 의회에서는 트럼프 정부 외교력에 대한 회의론을 거듭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이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덤벼들고 있다며 그 배경을 집중 분석했다. NYT는 "이들 3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령 있는 협상가도 아닐뿐더러 (이들 국가에 대해) 군사력을 사용할 준비도 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적 위기를 다뤄 본 경험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와 '강압' 사이의 균형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고 외교 정책 일관성도 떨어진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NYT는 "3개국에 관해 공통된 패턴이 드러난다"며 "트럼프 정부는 사태를 해결할 분명한 계획 없이 공격적이고 극단주의적 자세를 먼저 취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행정부 내에도 개입 강도에 대한 합의가 결여돼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외교 무대에서 미국의 전략은 흔히 '거대한 체스판'에 비유된다. 치밀한 전략과 선택적 개입을 통해 판이 깨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미국 외교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무조건적인 반대 행보를 걸어 왔다. 오바마 정권이 국제 공조를 통해 가까스로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최대 압박 전략으로 바꾼 것이 대표 사례다.

북한에 대해선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를 비판하며 정상 간 톱다운 외교를 택해 성과를 거두는 듯했으나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원점으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임시정부 수반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지원하며 정권 교체를 추진했으나 성과 없이 동력만 약화되고 있다.

3개국 상황이 동시다발적으로 악화되자 미국은 일단 이란 문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란도 미국에 대해 '핵 합의 불이행'이라는 강수로 맞대응하면서 중동 지역에서는 더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외교 정책이 갈수록 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NYT는 이들 3개국 외교 정책에서 성과가 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매파적 태도를 취해 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NYT에 따르면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의 의견을 묵살하고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이 이란 정규군을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과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등 이른바 '어른들의 축'이 사라진 뒤 미국 외교 정책은 사실상 두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향후 대권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야심가다. '네오콘(신보수주의)의 막내'로 불렸던 볼턴 보좌관은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 불량 국가를 힘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볼턴 보좌관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9일 "나에겐 존 볼턴과 그보다는 조금 비둘기파에 가까운 사람들이 있다"며 "볼턴은 매우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외교 정책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는 러시아 중국 등 전통적 라이벌의 견제와 함께 동맹국들의 불만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이란과 재협상이 이뤄지더라도 기존 이란 핵협정에 참여했던 유럽연합(EU)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미국은 일방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날 외교 전문 매체인 '포린어페어스'는 주요 10개국 75명의 외교 전문가와 정책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미국의 대(對)이란 정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대다수 답변자가 미국의 최대 압박 정책은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시키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린어페어스는 "응답자 중 20%만 미국과 이란 간 대타협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며 미국의 정책을 '제로섬 접근법'이라고 지적했다.

미 의회 내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앵거스 킹 상원의원(무소속)은 이날 '포린폴리시'와 인터뷰하면서 "미국과 이란의 상황은 매우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단호한 태도는 필요하지만 동시에 정책을 보정하고 대화 통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볼턴 보좌관에 대해 "그는 재작년 이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정권 교체라며 2019년에 테헤란 거리에서 축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정책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