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치로 바로 가는 가장 짧은 등산로는 산내면 팔랑마을에서
남원 운봉읍 지리산 바래봉 팔랑치 부근 철쭉이 개화를 시작해 산등성이가 붉게 물들고 있다. 지난 10일 상황으로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1,000m 능선은 이제 파릇파릇 봄 빛이다. 남원=최흥수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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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황매산, 단양과 영주의 경계인 소백산과 함께 남원 바래봉도 철쭉 여행지로 빠지지 않는 곳이다. 운봉읍 저지대 철쭉은 이미 만개했지만, 1,000m 이상 고지대는 이번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철쭉이라는 이름은 한자 표기 ‘척촉(躑躅)’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두 글자 모두 ‘머뭇거리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여쁜 꽃 앞에서 머뭇거리는 주인공은 바로 양이다. 철쭉꽃을 ‘개꽃’이라 부르고, 진달래를 참꽃이라 부른다. 그냥도 먹고 화전으로도 부쳐 먹는 진달래와 달리 철쭉에는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한다. 그 때문에 먹성 좋은 양도 철쭉 앞에서는 제자리걸음하며 머뭇거린다. 지리산 바래봉(1,165m)에 철쭉 군락이 형성된 것도 이런 연유다.
지리산허브밸리 위쪽에도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꽃놀이를 즐기기에 아쉬움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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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허브밸리 뒤편의 철쭉군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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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등산로 초입에도 철쭉이 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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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읍 바래봉 북서쪽 산자락에 국립축산과학원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은 가축유전자원센터로 용도가 변경됐지만 시작은 목장이었다. 1970년대 초 정부가 오스트레일리아와 공동으로 이곳에 시범 면양 목장을 조성했다. 원래 울창하던 바래봉의 산림은 식성 좋은 면양에 남아나지 못했는데, 잎에 독성이 있는 철쭉만은 살아 남았다. 당시엔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곳에 철쭉 군락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리산을 종주하며 바래봉을 지났던 산악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탔고, 1990년대 들어 국내 최고의 철쭉 감상지로 떠올랐다.
바래봉 철쭉 산행의 시작점은 ‘지리산허브밸리’다. 등산 지도에 ‘용산주차장’이라 표시해 놓은 곳이 허브밸리 주차장이다. 이곳에서 바래봉 정상까지는 약 4.8km, 보통 왕복 3시간가량 잡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다. 산을 잘 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4시간 이상 걸린다고 생각하는 게 속 편하다.
지리산허브밸리는 다양한 허브 식물이 자생하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허브정원과 식물원, 체험장 등을 꾸민 허브테마파크다. 산행에 자신이 없다면 공원 위쪽까지만 걸어도 섭섭하지 않을 정도로 화사한 철쭉을 만끽할 수 있다.
1,000 부근 고지에 오르면 운봉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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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현재 바래봉 삼거리 부근. 철쭉에 앞서 조팝나무 꽃이 하얗게 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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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정상부근은 이제 초록으로 덮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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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을 벗어나면 비포장 산길이 이어지고 조금 더 올라 국립공원 입구부터는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길은 자동차 한 대 거뜬히 다닐 만큼 넓고 바닥에 시멘트 블록을 깔아 쉬워 보이지만 경사가 만만치 않다. 일종의 착시현상이다. 그러다 능선 부근에 이르면 일정 구간 평평한 산길이 이어져 1,000m급의 험준한 산이라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해발 450m 운봉고원이 까마득하게 펼쳐져 고지에 다다랐음을 알아챌 뿐이다.
이곳부터는 산 빛도, 개화 상황도 출발 지점과는 많이 다르다. 지난 10일, 허브밸리 부근 철쭉은 이미 절정에 달했는데 산꼭대기는 이제 막 봉오리가 부풀었다. 만개를 기대했다가 실망한 것도 잠시, 미처 느껴 볼 사이도 없이 지나 버린 봄을 만끽한다. 산 아래는 녹음이 짙어가는데 바래봉 능선은 이제 싱그러운 연둣빛이다. 정상 부근 경사면은 붉은 철쭉 대신 초록으로 뒤덮였다. 등산로 주변은 뒤늦게 핀 조팝나무가 화사하게 길을 밝힌다. 최근에 심은 듯한 주목 가지 끝에도 초록이 묻어 있다.
팔랑치 부근 능선은 온통 철쭉이다. 이번 주말 개화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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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치 부근 철쭉. 지난 10일 꽃봉오리가 부풀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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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치 이정표. 가장 가까운 등산로는 산내면 팔랑마을에서 연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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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철쭉은 봉우리 서쪽 사면에서 정령치 방향으로 4km 이상 넓게 퍼져 있는데, 팔랑치 주변에 가장 밀집돼 있다. 정상에 오르는 대신 바래봉 삼거리에서 팔랑치 쪽으로 발길을 틀었다. 해발고도가 100m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혹시라도 화려한 꽃대궐을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개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상보다는 붉은 기운이 더 감돌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봉오리가 곧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라 이번 주말 바래봉 능선은 온통 붉은 융단으로 뒤덮일 것으로 보인다. 철쭉 지면 여름이다.
바래봉 삼거리에서 팔랑치로 가는 길. 최근 심은 듯한 주목 가지 끝에도 초록이 오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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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봉 산행 정보
▦‘바래봉 철쭉제’가 19일까지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열리고 있다. 먹거리 장터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좋지만, 꼭 물을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등산로 주변에 계곡이 없다. ‘철쭉샘’이라는 우물이 한 군데 있지만 말라 있다. ▦바래봉 삼거리에서 철쭉이 가장 화려한 팔랑치까지는 약 900m다. 능선을 걷는 길이어서 그리 어렵지 않다. 팔랑치로 바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은 산내면 내령리 팔랑마을에서 연결된 2km 등산로다. ▦운봉은 동편제의 고장이자 이성계가 왜구를 물리친 황산대첩의 격전지다. 동편제의 창시자 송흥록이 태어난 화수리 비전마을에 그의 생가와 ‘국악의성지’ ‘황산대첩비지’ ‘황산정’ 등이 몰려 있다. 지리산둘레길 운봉~인월 구간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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