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구제금융 추진·금리인하 압박
미국발 관세전쟁 장기화 염두
전문가 “관세를 협상카드 아닌
경제권 분리 도구로 활용” 분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발(發) 글로벌 관세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결국에는 세계 경제의 질서마저 뒤흔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가 교역 상대국의 무역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지렛대’가 아닌 무역 적자 해소ㆍ내수 강화를 위한 영구적인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 시장을 향해 거듭 강공 드라이브를 거는 동시에 금리 인하ㆍ구제금융 도입 등을 자국 피해 최소화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그가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염두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압박 수위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 수입품에 대한) 3250억 달러에 대해 아주 강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고 있는 관세 외에 3250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대한 25%의 추가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보복관세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도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같은날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과 ‘팜 벨트(Farm belt)’ 이탈을 우려하는 공화당을 달래기 위해 농민에 대한 긴급 구제 금융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13일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관세 부과로 피해를 본 농가를 위해 150억 달러 규모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발표된 바는 없다.
금리동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를 향한 금리 인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이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강행할 경우 금리 인하로 맞대응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중국은 늘 그렇듯 기업들을 보상하기 위해 아마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연준이 대응조치(match)를 하면, 게임 끝이 될 것이다”고 촉구했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론을 관세 전쟁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풀이했다. CNN은 “강력한 경제 회복력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더욱 대담해졌다”면서 “트럼프는 관세가 미국이 아닌 중국에 지장을 줄 것이란 분명한 입장을 유지해야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근 일련의 무역전쟁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무역전쟁 장기화를 염두한 것일 수 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 철저한 보호무역 주의를 통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실현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야심이 중국 뿐만이 아니라 멕시코와 일본, EU 등과의 무역협상 테이블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더글라스 어윈 다트머스대 무역학 교수는 “미국이 스스로를 세계경제에서 고립시키고자 한다면 이는 자유 무역을 옹호해 온 미국으로선 역사적인 변화”라면서 “미국은 관세를 협상카드가 아닌 경제권 자치를 분리시키려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세는 트럼프 식 정의 구현이며, 트럼프 정권에서 관세 전쟁이 해소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CNN은 “현재 트럼프는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으면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면서 “극단적이고 민족주의적인 무무역질서는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란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적 발언과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bla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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