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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간첩 방조 혐의 58년 만에 벗은 진승록 前서울법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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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정보 준 혐의로 징역 10년… 서울고법 "증거 없다" 무죄 판결

간첩 방조 혐의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던 고(故) 진승록 전 서울대 법과대학장이 58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차문호)는 16일 진 전 학장에 대한 재심(再審)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진 전 학장이 간첩 활동 내지는 이를 방조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심지어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며 "그럼에도 (과거에) 유죄가 선고됐으므로 판결이 잘못됐다"고 했다.

일본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한 진 전 학장은 1944년 국내 최초의 민법책 '민법총칙 상권'을 펴낸 민법학의 선구자다. 고려대 도서관장, 서울대 법과대학장을 지낸 그는 1961년 5·16 이후 간첩 및 간첩방조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북한 간첩을 만나 남북 협상에 대한 대학생들의 동향 정보를 알려주고 금괴를 받았다는 혐의였다. 1961년 1심 군법회의는 진 전 학장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과 대법원에선 간첩방조죄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진 전 학장은 복역 2개월 만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15년 지난 1978년에는 사면도 받았다. 1983년엔 보유하고 있던 자격증으로 변호사 활동도 재개했지만 2년 만인 1985년 만 7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막내딸인 진미경(64) 한국외대 초빙교수가 부친의 명예회복을 위해 나섰다. 2015년부터 재심 소송을 진행해 4년 만인 이날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법정에서 재판장이 진 전 학장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방청석에 있던 진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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