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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서초동 25시] "나는 모른다"→"혐의 맞다" 전략 바꿔 구속 피한 이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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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곧 혐의 부인한 강신명은 구속

조선일보

지난 15일 밤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4월 20대 총선 무렵의 경찰 지휘라인은 강신명 경찰청장, 이철성 경찰청 차장이었다. 이 차장은 나중에 강 청장 후임으로 경찰청장이 됐다. 검찰은 최근 두 사람이 정보 경찰을 동원해 20대 총선에 개입했다며 동시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런데 지난 15일 둘의 운명은 엇갈렸다.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끝에 강 전 청장은 구속됐고, 이 전 청장 영장은 기각됐다.

경찰은 상명하복이 철저한 조직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온 데는 이 전 청장이 영장실질심사 때 변호 전략을 바꿔 범죄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청장은 지난 6일 검찰에 비공개 소환 조사를 받을 때만 해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에선 "부하 직원들이 지역 여론 동향 문건 등을 보고했다면 맞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경찰청 차장으로서 정보 경찰의 정치 개입 관행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전 청장 측은 "검찰 소환 조사에서부터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기억 여부와 무관하게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다만 25년 이상 관례상 해오던 일에 문제가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반면 강 전 청장은 앞선 두 차례의 검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 때 "청장 재직 중 일어난 일이니 책임은 통감한다"면서도 "나는 모르는 일이고 부하 직원이 알아서 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법원은 강 전 청장에 대해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고, 이 전 청장에 대해선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결국 혐의 인정 여부가 구속과 불구속을 가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이 전 청장의 경우 보고 라인에서 한 발 떨어져 있다는 점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사실관계를 인정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한 변호사도 "전 정권에서 한 몸처럼 움직이던 전직 경찰청장들이 구속을 앞두고 각자도생(各自圖生)하다 엇갈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이 전 청장은 20대 총선이 끝나고 4개월 뒤 경찰청장이 됐다. 현 정권으로 바뀐 뒤에도 중요 기관장 중 유일하게 연임됐다. 당시 '촛불 집회'를 큰 충돌 없이 처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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