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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묻지마 살해' 아닌 '여성혐오'…‘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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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묻지마 살해’는 없습니다. 이것은 여성혐오 범죄입니다."

2016년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난지 3년이 지난 17일 여성들이 서울 강남역에 다시 모였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은 이날 오후 7시 서울 강남역 강남스퀘어에서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 추모 집회 ‘묻지마 살해는 없다’를 열었다. 시민 약 100명은 헌화(獻花)를 위한 흰색 꽃을 들고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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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7시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를 맞아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에서 추모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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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 진행을 맡은 한솔씨는 "2016년 5월 17일 발생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은 수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불안함과 부당함을 공유하고 연대하도록 했다"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들의 가부장적 사회는 일부 정신병자들의 만행이라며 여성들의 예민함을 질책하듯 사건을 축소시켰다"고 했다.

이어 "강남역 사건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최근 벌어진 사건들은 아직도 사회가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여성·아이·장애인·노인만 골라 살해한 진주 방화범 살인 사건, 부산 카페 흉기 난동 사건, 신림동 폭행 사건 등"을 나열했다.

행사는 개회사에 이어 추모시 낭송, 사건이 발생일인 ‘5월 17일’을 기리기 위한 5분 17초 동안의 침묵,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 헌화 행렬(행진),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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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서울에서 발생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범인 김모씨/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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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6년 5월 17일 오전 1시쯤 김모(37)씨는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처음 본 여성 하모(사망 당시 23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김씨는 피해 여성이 화장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숨어있던 30분 동안 6명의 남성을 그냥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살해 이유에 대해 "여성들이 나를 무시해서"라고 진술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피해망상 등 심신미약이 인정돼 김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았다. 강남역 사건 당시 가해자가 "여성이 무시했다"는 이유로 여성만을 대상으로 삼아 범행을 저질렀으나, 언론과 경찰 등은 이 사건을 ‘묻지마 범죄’로 이름 붙여 많은 여성들을 공분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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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2016년 5월 당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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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국 곳곳에서도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선 이날 오후 6시 30분부터 ‘5·17 강남역 여성혐오 범죄 3주기 부산추모집회’가 열렸다.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진주 지역 여성단체들도 이날 오후 12시 경상대학교 정문 맞은편에서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3주기 추모 행동’을 열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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