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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바뀐 원내대표, 패스트트랙 선거제 개편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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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왼쪽)가 5월 16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실을 방문 이야기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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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결과였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선거. 미리 자리를 뜬 김관영 전 원내대표는 따라붙는 방송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기들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자유한국당 가겠어.” 이어 의원총회장을 나서는 김성식 의원. 낙선자다. 얼굴이 굳어 있다. 곁엔 아무도 없다. 이어 나서는 유승민 의원 역시 심각한 표정이다.

원내대표 선거 전날, 기자가 연락해본 바른미래당 인사들은 말을 아꼈다. 한 의원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승부는 일찌감치 갈렸다. 의원수(24명)의 과반이 넘으면 개표를 중단한다. 개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신환 의원이 13표를 받았다. 오신환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끌려가는 야당이 되지 않겠다”고 했다. “힘이 있는 강한 야당, 대안을 제시하는 야당이 되겠다”고도 했다.

4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반란’
“바른미래당의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사실상 손학규 대표에 대한 불신임 선거였다.” 김현성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안철수계가 하나가 돼 김성식 의원을 밀어준 것도 아니었고, 안철수계의 다수가 비례대표이다 보니 과거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들에 대한 영향력도 없었다는 것이다. “오 신임 원내대표가 정견발표에서 손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는데, 손 대표로서는 손 털고 내려오느냐, 버티느냐만 남았다.”

어떤 규모의 선거든 남는 것은 개인의 의도와 무관한 선택의 결과에 대한 의미다. 지난해 12월 당선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부터 올해 5월에 교체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유성엽 민주평화당, 그리고 바른미래당까지 모두 원내사령탑이 교체됐다. 정의당은 지난해 8월부터 윤소하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현재의 원내대표들이 내년 총선까지 진두지휘한다.

정의당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정당 원내대표 선거 결과의 공통분모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반란’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비박’ 김학용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가 됐다.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과 관련, 한 민주당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해찬 당대표만으로는 내년 선거를 치르지 못한다는 뜻이다. 만약 대통령 지지율이 집권 초반 때처럼 70%에 육박했다면 이 의원이 고개라도 내밀 수 있었겠나.” 당내 비주류 민평련계 인사로 분류되던 이 의원이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체제로 총선 돌파가 어렵다”는 민주당 내 주류의 정세 판단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황주홍 의원 대신 유성엽 의원이 당선된 민평당의 경우도 주류에 대한 반란으로 해석된다. 한 민평당 인사의 말이다. “아직도 자신을 대권주자로 생각하는 정동영 대표에 대해 더 이상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뜻 아니겠나.”

정작 관심이 가는 것은 이후의 각 당 행보다. 오신환 대표는 5월 15일 정견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패스트트랙 상정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이미 패스트트랙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태워졌다. 우리 당에서 누가 원내대표가 돼도 그것을 거스를 수 없다. 다만 공수처장, 차장검사, 수사관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백혜련 안은 통과되어선 안 된다.” 막판에 동시 상정된 권은희 안을 중심으로 여권과 협상하겠다는 것이다.

각 당 의원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사법개혁보다 선거제도 개혁이다. 어떤 제도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내년 선거의 룰이 달라진다.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월 7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연동형 비례제)의 189조 3항의 산식(算式)에 20대 총선 결과를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민주당은 128석에서 124석으로, 한국당은 114석에서 112석으로, 바른미래당은 28석에서 15석으로, 민주평화당은 14석에서 13석으로 줄어드는 반면, 정의당은 6석에서 18석으로 의석수가 크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정당 지지도가 높은 정의당과 같은 소수 정당만 이득을 보는 제도라는 것이다. 석패율제를 적용해도 민주당은 대구·경북권에서 1석을 얻는 데 비해 자유한국당은 호남에서 1석도 못 건져, 애초 법 개정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안이라는 주장이다.

“그건 자기들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만든 시뮬레이션 결과이고….” 민주당에 있다가 현재는 야권으로 옮긴 고참 국회 관계자의 말이다. “대한민국 정당사에 선거에서 60%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정당은 없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제 개편의 핵심 취지는 ‘40% 지지로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김재원 의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정의당 의석수가 12석 늘어난 것이 불로소득이라고 표현하던데, 그게 불로소득이 맞나. 다시 말해 어떤 것이 ‘정상’이고, ‘민의’를 더 충실히 대변하는 것인가.”

자유한국당은 여야 4당의 연동형 비례선거법 개정안에 맞서 아예 비례대표를 축소하고 지역구를 늘리는 안을 내놓고 있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5월 14일 문희상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완전한 연동형 비례제로 가기 위해서는 세비를 인하하는 대신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향후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선거법 개정협상에서 난항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유 대표의 ‘의원정수 확대’ 주장과 관련해 앞서 민평당 인사는 이런 풀이를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문제가 절실하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당장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전 선거에서 한 차례 조정되었던 유 대표의 지역구 재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현성 평론가는 “실제 의원정수를 현 300명으로 유지하면서 비례를 늘리는 것은 20석 이상의 지역구만 없어지는 것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인근 지역구까지 약 80여석 지역구도 동시에 통합되거나 조정되는 등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현직 의원 중 100여석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실제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 논의를 할 때는 여야를 막론하고 많은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국회 관계자는 유성엽 민평당 원내대표의 ‘의원정수 확대 주장’을 향후 정국에서 캐스팅보트가 자신들(민평당)이라는 것을 천명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패스트트랙 상정에는 정족수 3분의 2가 필요하지만 일단 상정된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과반으로 통과된다. 즉 패스트트랙 상정까지는 바른미래당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일단 상정된 후에는 여권과 민평당 등의 연대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상정된 개정안으로 타격받는 것은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말하고 추진하는데 당이 반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

캐스팅보트는 어느 당이?
현재 사개특위, 정개특위의 시한은 오는 6월까지다. 법 개정안 논의를 위해서는 기한 연장이 불가피하지만 자유한국당이 쉽게 동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 인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갔다는 것은 무엇인가. 특별위원회 논의와 상관없이 그냥 본회의에 상정된 안을 가지고 투표하면 된다. 배째라는 식으로 자유한국당은 본회의를 거부할 수 있지만 내심 고민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결론내렸다. “결국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진실의 순간’은 온다.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닐 것이다. 결국 선거법 처리시한에 맞출 것이다. 그때는 올해 말이나 내년 2월 정도이지 않겠나.” 그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기 위한 신임 원내대표들의 샅바싸움이 올해 하반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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