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반대로 하고 있다. 의리 때문일까? 입당 3년짜리 사고뭉치와 당의 미래를 맞바꾸는 것은 아무래도 계산이 맞지 않는다. 윤석열과 분리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자포자기한 걸까? 당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권성동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당”이라며 굳이 자신들이 윤석열의 당임을 내세운다. 한덕수에게 국회가 통과시킨 법을 거부하라 요구하고, 당정협의도 하며 뒤늦게 망한 정권의 주인 노릇에 열심이다.
정면돌파하려는 걸까? 당 간판과 얼굴만 바꿔 책임회피하는 얕은수를 쓰는 대신, 윤석열과 함께 돌을 맞기로 했다면, 책임전가 아닌 책임분담을 하겠다면 환영할 일이다. 시민들은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나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고도, 윤석열에 의해 더럽혀진 당명과 당 이미지를 안 바꾸고 그대로 두는 모험을 할 것 같진 않다.
국민의힘의 놀라운 행태는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아마도 강력한 생존법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는 저토록 기가 살아 있을 수 없다. 저 당이 변화를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배신하고도 살아남을 방법은 딱 하나, 정치 양극화에 의존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개헌해야 한다고 한다. 권성동이 이재명에게 한 개헌 제안도 그런 배경을 갖고 있다. 권성동 제안은 두 가지 이유로 부적절하다. 우선 내란 책임을 윤석열이 아닌, 헌법에 묻고 있다. 윤석열은 헌법이 금지하는 일을 했다. 내란은 헌법적 결함이 아니라, 윤석열의 인지적 결함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리고 개헌을,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수세 탈피, 혹은 역공세를 위한 정략도구로 이용했다.
제왕적 대통령의 등장은 현행 헌법하에서도 막을 수 있다. 제왕은 헌법에 의해 탄생하는 게 아니라, 정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윤석열 정부에서 우리가 목격한 바다. 장관들과 여당은 대통령을 정점으로 위계적 권력질서를 구축하고는 윤석열의 헛소리를 왕명처럼 받들었다.
국회 견제를 받는 윤석열 앞에 놓인 선택지는, 왕이 된 기분을 내려놓고 야당과 대화하든가, 축소된 권력에 만족하든가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제왕의 맛에 길들여진 그는 양자택일을 포기하고 창의적 방법을 찾아냈다. 그랬던 그도 자신이 제왕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할 힘이 없어서 이렇게라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람들은 양당 지지율 격차 두 배 확대, 윤석열 지지율 하락에 놀라지만, 정작 놀랄 일은 따로 있다. 윤석열 지지율 11%는 박근혜 탄핵 때 지지율 4~5%의 두 배이며, 국민의힘 지지율 24%도 새누리당 지지율 12%의 두 배다.
한국 정치가 이렇게 무어의 법칙을 따르는 한 양당 경쟁의 진정한 승자는 혐오정치가 될 것이다. 탄핵당하고도 반성 없이 화려하게 부활하는 윤상현의 꿈, 이루어질지 모른다.
이대근 칼럼니스트 |
이대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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