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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주문 쏟아져…여긴 무역전쟁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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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선전·홍콩 포럼 D-1 ◆

매일경제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선전 푸톈구에 위치한 화창베이 전자상가 앞에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1번지`로 통하는 화창베이는 외관상 큰 충격을 받지 않은 모습이다. [선전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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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현지시간) 중국 선전 화창베이(華强北) 거리. 1982년 조성되기 시작한 이곳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1번지'로 통하는 중국 최대 전자상가 집결지다. 화창베이로 향하는 차 안에서 한산한 인적, 문 닫은 점포 행렬 등과 같은 우울한 광경을 머릿속에 그렸다. 화창베이 역시 미·중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입간판에 다다르자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을 직감했다. 300여 m 길이의 메인 거리인 상예제(商業街·Commercial Street)는 30도가 웃도는 덥고 습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외국인 DJ의 비트에 맞춰 울려 퍼지는 클럽 음악에 몸을 맡긴 젊은 커플들, 거리 한편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 바로 옆 커피숍에서 계약 협상을 하는 외국인 바이어들, 수출용 물품을 배송하기 위해 인파 행렬을 가로지르는 택배 기사 모습이 마치 파노라마 사진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전자상가 건물 10여 곳도 둘러봤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국가급 위기 상황을 감지하기는 힘들었다. 염려만큼 공실률도 높지 않았다. 국내외 바이어들의 도매급 대형 주문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랜드마크인 사이거빌딩(SEG Building) 관리인은 "공실률이 7%대인 것으로 안다"며 "공실의 주요인도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여파보다는 중국 내 경쟁 심화와 임대료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회로기판을 취급하는 한 사장은 "이곳 상인들과 대화해보면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해 수출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였지만 올해부터는 내수용 판매가 그 자리를 메우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으로 버틸 만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무역전쟁으로 중국 정보기술(IT) 창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지 않냐는 미국인 방문객의 우려를 듣고 '중국을 정말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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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거리인 화창베이 상예제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완제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가 건물들이, 오른쪽에는 각종 전자부품을 취급하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서울 용산전자상가나 청계천 세운상가와 같은 중대형 건물 40개 이상이 몰려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단순히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곳으로 여기면 오산이다. 화창베이는 중국 젊은 창업가들에게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주는 마법창고'로 통한다. 나아가 창업 컨설팅, 자금 지원, 연구개발(R&D), 제품 출시·판매까지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창업 서비스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설계도를 제시하면 짧게는 하루나 이틀, 길게는 일주일이면 시제품을 받아볼 수 있고 기존 완제품에 추가 기능을 넣어 다른 신제품으로 탈바꿈하는 작업도 손쉽게 할 수 있다.

전 세계 상용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DJI도 일찌감치 화창베이를 테스트 기지로 삼고 있다. 20년 넘게 이곳에서 부품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류바오 사장은 "아이디어만으로도 값싸고 신속하게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성을 확인해볼 수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에 화창베이는 안성맞춤"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 창업가들도 이곳을 찾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선전·홍콩 기획취재팀 = 이진우 산업부장(팀장) / 강계만 차장 / 김대기 베이징 특파원 / 문지웅 기자 / 조성호 기자 / 김유신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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