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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외교부 여행경보' 나몰라라...'경보발령 국가' 패키지 상품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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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포털사이트에 대륙에 포함된 국가 대부분이 '여행경보' 발령이 내려진 중남미 여행상품을 검색하자 2만4000여 개의 상품들이 나왔다. 이중 대다수의 상품에서는 해당 국가들에 여행경보가 발령됐다는 설명을 찾아볼 수 없었다. /포털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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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권고' 지역은 물론 '여행금지' 지역까지...안내 및 고지도 '태부족'

[더팩트 | 신지훈 기자] 서아프리카 부르키나 파소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프랑스군에 구출된 40대 한국인 장 모씨. 장 씨는 1년6개월 전 세계여행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아프리카 여행을 시작했고, 세네갈, 말리, 부르키나파소를 거쳐 베냉 공화국으로 이동하던 중 납치됐다. 장 씨는 앞서 정부가 철수를 권고하는 말리에도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외교부는 장 씨가 여행했다고 알려진 모로코와 세네갈에 ‘여행유의(1단계 남색경보)’를,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 ‘철수권고(3단계 적색경보)’를 발령한 상태였다.

최근 장 씨 사건을 계기로 여행객들의 안전불감증 문제가 대두된 가운데, 여행사들의 여행객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태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팩트> 확인 결과, 국내∙외 주요 여행사들은 외교부 '여행경보제도' 중 '여행자제(2단계 황색경보)' 또는 '철수권고(3단계 적색경보)'가 내려진 국가 또는 지역의 상품을 버젓이 팔고 있었다. 심지어 '여행금지(4단계 흑색경보)' 국가들의 상품도 별다른 안내 없이 판매 중이었다.

17일 한 포털사이트에 '중남미여행'이라고 검색하자 국내 주요여행사들의 중남미여행 상품 약 2만4000여 개가 검색됐다. 그 중 한 여행사의 '중남미 9개국' 상품을 확인해봤다. 이 상품 일정에 포함된 국가들 중 외교부 여행경보 발령이 내려진 국가는 멕시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파라과이, 페루 등 총 6개국. 심지어 콜롬비아와 페루는 '철수권고'가 발령된 국가였다. 그럼에도 상품 설명 및 일정표 그 어디에서도 해당 국가들에 여행경보가 발령됐다는 설명은 찾을 수 없었다. 여행사 홈페이지 한편에 작게 마련된 '해외여행 안전정보' 카테고리를 직접 누르고 들어가야만 그나마 확인이 가능했다.

해당 상품을 팔고 있는 여행사 관계자는 16일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중남미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동안 고객의 신변이 위험한 상황은 한번도 없었다"라며 "가끔 고객들이 안전하냐고 물으면 고객들이 방문할 곳들은 대표 관광지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여행경보가 발령된 다른 국가들의 여행 상품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스라엘은 성지순례를 위해 국내 여행객이 해마다 4만명 이상 방문하는 국가지만, 국가 전체가 여행자제 및 철수권고가 발령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상품 또한 별다른 고지 없이 똑같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스라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여행사 관계자는 17일 "여행경보와 관련한 사항을 먼저 안내하지는 않는다"며 "고객들 또한 이스라엘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성지순례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품을 예약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해외 온라인여행사(OTA)의 상황은 더했다. 장 씨가 납치된 부르키나파소는 물론 여행경보 중 가장 높은 단계에 해당하는 ‘여행금지(4단계 흑색경보)’ 국가들의 상품까지도 예약이 가능했다. 당연히 해당 여행지가 여행금지 국가라는 설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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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위험수준에 따라 여행경보를 총 네단계로 나누고 있다. 흑색경보에 해당하는 4단계는 여행금지 국가다. 그러나 한 여행사에서는 여행이 금지된 국가의 상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었다.'여행금지 국가'라는 안내도 찾아볼 수 없었다. / 외교부, 여행사 홈페이지


한 해외OTA 관계자는 17일 "기본적으로 여행객은 여행의 자유를 보장받으며 기본권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라, 가지 말라 할 수 없다"며 "부르키나파소와 베냉의 국경지역은 세계적인 야생동물 서식지이자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유럽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사에서도 해당 지역의 상품을 팔고 있는 것이며, 본사에서 팔고 있는 것을 한국이라고 해서 특별히 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외교부는 '여행경보제도'를 통해 국가 및 지역에 경보를 지정하고 위험수준과 이에 따른 여행객들의 안전대책(행동지침)의 기준을 안내하고 있다. 외교부가 정한 여행경보는 총 4단계로 1단계 남색경보(여행유의) 2단계 황색경보(여행자제) 3단계 적색경보(철수권고) 4단계 흑색경보(여행금지)로 나뉜다.

이 중 여행금지 국가 방문 및 체류에는 외교부의 예외적인 여권 사용허가가 필요하며, 나머지 지역으로의 여행은 권고사항일 뿐 강제성은 없다.

여행사도 마찬가지. 여행객이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의 여행경보 발령 상황 등 안전과 관련한 상황을 안내하고 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 여행금지 지역 외 국가의 상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제도에서는 여행객이 자신이 방문하고자 하는 곳이 위험지역인지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스페인, 태국 등 인기가 많은 여행지 중 상당수에도 여행경보가 내려져 있다"며 "여행경보가 내려져 있어도 특히 위험한 지역에 방문하지 않는 이상 안전은 괜찮은 편이다. 고객들에게 이를 하나하나 다 설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지침서를 통해 사전에 안전에 대한 내용을 고지하고는 있으며, 현지에서도 그룹을 이탈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신변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상담할 때 충분히 안내하지만 여행 중 안전은 전적으로 고객에게 달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와 한국여행업협회는 여행업계와 간담회 등을 통해 경각심을 갖고, 여행객에게 확실한 안전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17일 "여행업계와 간담회 등을 통해 안전 문제를 인식하고 보강해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장 씨 사건을 계기로 아프리카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경보 전반을 재점검하고 이를 여행객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gamj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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