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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정보경찰` 힘 뺀다…정치정보 수집땐 5년이하 징역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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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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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청와대의 국가수사본부 설치는 경찰 권한 분산을 통해 '경찰 권력의 비대화'를 막겠다는 취지다. 정부 안팎에선 당정청이 이를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버닝썬 수사 등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데다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이 계속돼 법안 처리가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 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당정청 협의회에서는 국가수사본부 설치뿐만 아니라 정보경찰 통제, 자치경찰제 시행, 경찰대 개혁, 인권침해 통제장치 강화 등 경찰 권한 분산과 통제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당정청은 우선 경찰청 내부에 경찰청장으로부터 독립된 개방직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치안 업무 등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경찰청장 등 관서장이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내릴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구분했다. 3년 단임 개방직인 본부장은 치안정감급으로 10년 이상 수사 업무에 종사한 총경 이상 전·현직 경찰관, 3급 이상 공무원, 10년 경력 이상의 판검사 또는 변호사 등이 임명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이어져온 정보경찰에 대한 통제 방안도 마련됐다. 정보경찰의 불법 사찰과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인력 중 11.3%를 감축하기로 했다. 정당, 국회 등 상시 출입을 중단하고 국회협력관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경찰공무원법 개정을 통해 경찰이 정치에 관여할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정치 관련 정보 수집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자격정지에 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경찰 정보활동 범위를 명시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돼온 경찰청 정보국 폐지는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자치경찰제는 기존에 마련된 법안의 법제화에 주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자치경찰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세종, 제주 등 5개 지자체를 선정해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당정청은 관련법 통과 이전에도 시범운영지역 선정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기존에 선정된 지역 이외에도 추가로 선정해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확정했다.

현재 제주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는 자치경찰제는 2022년까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 밀착 민생치안 업무를 자치경찰로 이관해 최종적으로 국가경찰 중 4만3000명을 자치경찰로 전환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다만 당정청이 합의한 자치경찰제에서 자치경찰의 관할 범위가 경찰서 단위가 아닌 지구대·파출소 단위로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권한에 대한 외부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경찰위원회의 역할도 확대하기로 했다. 경찰위를 '경찰 조직의 상임위원회' 형태로 운영하면서 경찰청이 법령 입법 및 주요 정책 추진 시 반드시 경찰위의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경찰위의 심의·의결 범위에 비밀이나 대외비를 포함해 경찰위가 정보경찰까지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경찰 권한을 분산할 정책들을 잇달아 들고나온 것은 검찰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경찰 권한 비대화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버닝썬 수사 결과에 대해 우리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며 "부실하고 공정하지 못한 수사로는 결코 국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없으며 내부 부정 유착 고리가 있다면 단호히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청은 또 이날 협의에서 현재 마련된 수사권 조정안이 국민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합의안을 제시한 것에 국회에서 의견을 모아 마련된 것으로 오랜 논의를 거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이 불만을 표출한 데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 원내대표는 "검찰로서는 섭섭할 수 있지만 국민 신뢰라는 더 큰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받아들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현 검찰총장 2년 임기 내에 그 임기가 다하도록 검찰 스스로 국민 기대에 미칠 만한 개혁을 이루지 못했다는 따가운 국민적 평가를 검찰총장은 경청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번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은 국민적 요구에서 시작돼 국정과제로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관계기관이 직접 참여해 수차례 입장을 제시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거치는 등 충분한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 만큼 이를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논의된 경찰 개혁 법안을 이른 시일 안에 국회에서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필요할 경우 추가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안 처리 과정은 지난할 전망이다.

검찰의 반발 분위기 역시 그대로다. 국가수사본부나 자치경찰제 모두 경찰이 내부 개혁을 위해 스스로 마련한 안이라는 점에서 검찰 내부에서는 개혁안이 미진하다는 기류가 일고 있다.

[박대의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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