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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좌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 한화, 롯데, CJ 등 시장에서 잠재 후보로 거론되는 대기업들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전혀 생각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나서면 가격만 높아져 불리하다"는 전략적 부인이 아니라 "실제로 살 생각이 없다"는 쪽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은 결국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나온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대주주가 보유한 구주를 경영 프리미엄을 주고 사들이고, 대규모 유상증자를 해 새 돈까지 넣어야 한다"면서 "여기에 항공사의 경영 여건 자체도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이중·삼중의 리스크를 안고 있어 현 상황에서는 누구도 쉽게 나설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인수전이 시작되기 전이지만 일단 주요 후보는 현재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시너지 효과와 재무 여력, 위험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볼 때 당장 2조~3조원을 투입하기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자칫 무리한 인수로 그룹 전체가 동반 부실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어느 누가 인수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아시아나항공를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20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총 차입금은 3조2922억원에 달한다. 이 중 장기차입금 2883억원, 사채·자산유동화증권(ABS) 등 6024억원, 금융리스 2702억원 등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규모만 총 1조161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올해부터 국제회계기준 IFRS16 도입으로 그동안 단순대여로 취급하던 3조원 규모 운용리스를 부채로 인식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이 대폭 상승했다. 연결기준 올해 1분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9조7000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895%를 기록했다. 다만 채권단이 지난달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5000억원 규모 영구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자본이 확충되면서 상반기 부채 비율은 600% 안팎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회사가 감당해야 할 이자율이 높아 향후 인수자가 우선적으로 상환을 고려할 정도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경쟁사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대한항공에 밀리는 데다 단거리에서는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경쟁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실적은 지난 1분기 매출액의 경우 1조723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1% 감소한 72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도 89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방식이 금호산업이 보유한 1대주주 지분 33.4%(구주 매각)에 더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각 발표 이후 급등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인수 후보기업들에 가장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감사보고서 한정의견을 받고 3435원까지 떨어졌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매각 발표 후 한때 8450원까지 상승하면서 아시아나의 시가총액도 7462억원에서 1조8356억원으로 급증했다. 20일 기준 시총이 1조2800억원대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금호산업이 바라는 구주 지분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만 하더라도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부채 비율을 현재 600%대 중반에서 400%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 1조원 가까운 유상증자 자금 투입이 필요한데, 이들 모두를 합하면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금액이 2조원에서 많게는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금호산업 보유 지분 인수에만 1조2700억원에서 1조94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부채 비율을 시장에서 보는 적정 수준인 400%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 필요한 9183억원을 더할 경우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최대 2조5256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KDB산업은행 등 연말까지 매수자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채권단의 기대와 달리 시장에서는 대주주와 채권단의 추가 희생이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경우 채권단은 인수전 흥행을 위해 '임의 매각' 방식으로 매각 조건을 완화할 수 있다.
계열주와 대주주 책임 이행 차원에서 '매각 무산 시 아시아나항공 지분(구주)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23일 1조6000억원 규모 금융 지원 방안을 확정 발표할 당시 산은이 밝힌 정상화 방안에 담긴 내용이다.
산은 측은 임의 매도 조항에 대해 "1차 매각이 무산되면 매각 조건 변경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이라며 "예컨대 구주 매각은 일부만 할 수도 있고, 구주 매각 조건을 완화한다든지 여러 조건을 채권단이 제안해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주와 신주 비율 등을 조절해서 새로 아시아나에 투입되는 신주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원매자의 수요를 더 끌어내는 옵션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는 향후 인수전이 본격화하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채권단·인수 후보들이 인수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샅바 싸움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호그룹 측은 자신들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높게 인정받아 최대한 많은 매각 대금을 확보하려 들 것이다.
반면 인수 후보들은 구주 인수에 투입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대신 아시아나항공에 유상증자로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인수 후보들과 비슷한 입장이다. 원활한 매각 작업을 통해 채권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게 최우선 과제다.
한발 더 나아가 인수 후보 측 일각에서는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주주 차등감자 등을 통해 원매자가 인수해야 할 구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금호산업 대주주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향후 실적 악화에 따른 자본 잠식 발생 등 법적 요건을 충분히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난관이 적지 않다.
이와 함께 한편에선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이 기존 채무를 더 탕감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채권단에서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1조6000억원의 지원을 산은과 수은이 결정한 상태인데, 추가로 출자 전환을 통해 채무를 탕감하는 방식은 '혈세 낭비'란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각 조건이 바뀔 경우 그동안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부정하던 기업들도 관심을 내비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현재 인수 참여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는 한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매각 조건이 완화되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해 볼 만하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 후보 기업들은 신주 발행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에 채권단 채무 조정보다 금호산업이 가진 구주 가격 협상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주 가격 시세가 5000원이라고 가정하면 인수자가 1000원에 사겠다고 할 수도 있고, 0원에 사겠다고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구주 가격 협상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겠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러면 이후 임의 매각 조건이 발동될 수 있다"며 "결국 7월 매각 공고 후에는 구주 가격 협상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이승윤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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