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구윤철 기재부 제2차관 등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재정 확장 기조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20일 밝혔다. 기재부 내부에서 청와대의 재정 확장 기조에 반발하는 기류가 감지되자 "회의 때 경제 컨트롤타워인 경제부총리까지 찬성한 것"이라며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 내 다양한 목소리를 청와대가 힘으로 누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날(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참가하셨던 모든 분들께서 재정 전략에 있어서 적극적 재정을 써야 한다는 데 모두가 공감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냥 무작정 지출하는 것이 아니라 선투자 개념이고, 국민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인 재정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필요 없는 곳은 과감히 줄이고, 필요한 곳은 더욱 과감하게 재정을 쓸 수 있게끔 지출에 있어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언급도 분명히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당시 회의 때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비율 40%가 마지노선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어떤 경로로 취재한지 모르지만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사실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발언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기재부 관계자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가 "확인되지 않은 발언"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기재부 내에선 '청와대 심기를 건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재정 확장 기조에 그동안 보수적 입장을 취해온 기재부는 연일 계속되는 청와대의 강경 발언에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우선 기재부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국가채무비율 40%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또 문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국가채무비율을 예로 든 것을 두고선 "무리한 비교"라는 말도 나온다.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낼 수 있어 비교 대상이 될 수 없고, 일본은 부채 대부분을 자국 내 은행을 통해 조달해 채무비율이 200%를 웃돌아도 문제가 없지만 한국에는 적용할 수 없는 모델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국가채무비율이 미국은 107%, 일본은 2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13%인데 우리나라는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로 확장 재정에 소극적인 기재부를 질타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2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재정 확장에 따른 부작용과 우려에 대해 쐐기를 박고 다시 한번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 하강이 본격화한 가운데 재정 집행을 통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에게 재정 여력이 있다는 이유로 9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권고한 바 있지만 정부의 추경안은 그보다 훨씬 적다"며 "국민 사이에 경제에 대한 걱정이 많은 만큼 국회도 함께 걱정하는 마음으로 추경이 실기하지 않고 제때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속한 추경안의 심의와 처리를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5일 재해 대책, 경기 대응을 목적으로 6조7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오수현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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