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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83세 알랭 들롱, 칸 영화제서 첫 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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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폭력 멈추라" 비난도 받아

"영화에서 모든 것을 다 해봤고, 영화 안에서 평생을 살았다."

일곱 번의 실패 끝에 칸 영화제에서 첫 수상을 한 명배우의 목소리가 떨렸다. 19일 오후 6시 30분쯤 프랑스 출신의 배우 알랭 들롱(83)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 '한밤의 살인자(1967)', '미스터 클라인(1976)' 등에 출연하면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그다. 1995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았고 1991년 레지옹도뇌르 훈장도 받았지만, 정작 들롱은 칸 영화제에선 상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경쟁 부문에서 번번이 실패한 그가 마침내 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이다.

조선일보

알랭 들롱(왼쪽)이 칸 영화제에서 첫 수상한 날 배우 상드 반루아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라'는 글귀를 등에 새기고 레드 카펫 행사장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EPA·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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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들롱은 그의 딸이자 배우인 아누쉬카 들롱과 함께 레드카펫에 올라 감격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람들은 뒷말하길 좋아하지만, 나의 커리어에 대해서만큼은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나무랄 데 없는 연기 인생이었다"고 했다. 칸 영화제 역시 공식 포스터에 들롱의 젊은 시절의 얼굴을 큼직하게 새겨 넣었다. 오랫동안 프랑스 배우를 대표해온 그의 뒤늦은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시상식 곳곳에선 그러나, 들롱의 수상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가 작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여자를 때려본 적이 있다"는 말을 한 뒤 여론이 급격히 나빠진 탓이다.

이날 들롱의 대표작 중 하나인 '미스터 클라인' 상영을 위한 레드카펫 행사에 네덜란드·벨기에 출신 배우 상드 반 루아는 훤히 드러난 등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멈추라(Stop Violence Against Women)'는 글귀와 미투 로고를 새긴 모습으로 항의 시위를 벌여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루아는 작년 뤼크 베송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영화계 미투 운동에 동참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여성주의 단체 '더 프렌치 콜렉티브 데어 페미니즘' 역시 성명을 내고 "미투 사태를 거치며 우리가 배운 건 아무것도 없었던 모양이다"고 비판했다.



[칸=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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