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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줄줄새는 1兆 버스 지원금, 업체들 경비 부풀려 배당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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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어 인천·부산도… 준공영제 버스, 주주들에 과도한 배당금

지난해 220억원 '배당금 잔치'를 벌인 것이 드러난 서울에 이어 인천, 부산에서도 준(準)공영제 버스 업체들이 주주들에게 과도한 배당금을 지급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버스 업계에서는 "준공영제를 하고 있는 7개 시·도 모두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인천의 경우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공개한 시내버스 업체 6곳 가운데 5곳이 수억원대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한 업체는 당기순이익이 불과 3300만원인데 18배가 넘는 6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버스 업체들에 총 1080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준공영제 지원금 1130억원을 쓴 부산에서도 시내버스 업체 15곳 중 7곳이 1억8000만~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준공영제에선 적자가 나더라도 지자체 재정 지원금으로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기 때문에 수익을 내고 배당금도 지급할 수 있게 된다. 지자체들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버스 업체들이 땅 짚고 헤엄치면서 배당금 잔치까지 벌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서울시 버스 인건비 1조원 넘길 듯

준공영제는 버스 한 대를 하루 운행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 연료비, 기타 경비 등을 합쳐 '표준운송원가'를 결정한 뒤 이 금액을 기준으로 지자체가 업체에 지급할 재정 지원금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운영비 과다 계상, 근무하지 않는 '유령 직원' 만들기 등의 수법으로 인건비 빼먹기가 벌어지기 일쑤라는 것이다.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는 7개 시·도의 지난해 지원금 합계가 1조원에 달하지만, 관리 부실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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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준공영제를 실시한 서울의 경우 14년간 임금은 50% 오르고 지원금은 60% 늘어났다. 지난해 서울시가 산정한 표준운송원가는 70만4000원으로 2004년(44만1000원)에 비해 60%나 올랐다. 대부분이 인건비 인상이다. 서울시가 책정한 인건비는 준공영제 첫해인 2004년의 경우 연간으로 환산하면 6500억원 정도인데 2018년에는 99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원금 20%는 감사 사각지대

표준운송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차량 관리비, 사무직 인건비 등은 아예 제대로 된 감사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업체가 자율적으로 경영 효율을 높이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면서 지원금 용처 등을 형식적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다.

이런 상황이라 준공영제 업체들은 경영 개선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데 별 관심이 없다. 비용을 줄이는 만큼 지자체에서 받아낼 수 있는 지원금 액수가 줄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버스 업계에서는 "비용 줄이지 말고 지자체 지원금을 최대한 받아내자"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교통연구원 강상욱 선임연구위원은 "노련한 버스 업체들이 정부에 부풀린 영수증을 내밀어도 지자체는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며 "아무리 민간 기업이라지만 정부 보조금으로 딴짓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버스 파업 우려해 느슨한 지자체 감독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들이 버스 파업을 부담스럽게 여겨 버스 업체와 버스 노조의 요구를 쉽게 받아주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규석 한국운수산업연구원 부원장은 "준공영제에선 노사 협상에 지자체가 개입하고, 표를 의식한 지자체장의 입김에 따라 노조 측 요구가 수월하게 받아들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5일로 예정됐던 파업을 막기 위해 인천시 버스 업체들은 올해 임금을 8.1% 인상해주기로 했다. 올 1~2월 직장인 평균 임금 인상률(2.6%)의 세 배가 넘는다. 지원금을 그만큼 늘려줘야 하기에 사실상 인천시도 합의한 것이다. 올해를 포함해 3년간 20%가 넘게 임금을 올리기로 했다.

[최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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