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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코노 서가(書架)] 노키아도 혁신했는데 시장서 왜 외면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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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지금 웬만한 기업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노키아, 모토롤라, 시어스, 반즈앤노블 같은 회사들도 모바일 IT 기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신제품을 개발했고, 서비스 개편에 노력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혁신은 왜 실패했을까?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탈레스 S 테이세이라(Thales S Teixeira) 교수는 '고객 가치 사슬 해체하기(Unlocking the Customer Value Chain)'에서 그 원인을 그들의 혁신이 대개 자원 중심 또는 기술 중심으로 수행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고객의 소비 행동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행동으로 연결된 거대한 가치 사슬이다. 이 사슬의 변형, 추가, 또는 분리를 뜻하는 디커플링 혁신(decoupling innovation)이야말로 진정한 파괴적 혁신의 원천이다.

예컨대 승용차 소비 하나만 놓고 봐도 고객은 구매 차량 후보 탐색→구입 결정→대금 지불→운전→각종 유지 관리 활동을 거쳐야 한다. 모든 과정에서 온갖 비용이 발생한다. 집카(Zipcar)는 '운전' 앞 단계의 모든 사슬을 파괴해 버렸다. 회원들은 사용 기간에 따라 요금만 지불하면 내 차처럼 사용할 수 있다.

모바일 가격 비교 앱은 고객의 매장 방문 단계를 생략시킨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 비교 기능을 통해 기존 오프라인 매장 고객의 가치 사슬을 붕괴시켰다. 사람들이 매장에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여러 물건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로 지갑을 연다는 보장은 없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봤어도 더 싼 곳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든다. 그 순간 그는 앱을 클릭한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런 현상은 B2C, B2B 사업을 가리지 않고 이미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간의 7대 욕구 산업(거주 공간, 이동 수단, 음식, 의류·미용, 학습, 엔터테인먼트, 보건) 각 분야에서 산업 간 경계를 가리지 않는 디커플링이 무차별 진행되고 있다. 이를 수행하는 대기업이나 창업 기업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디커플링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자는 아무리 우수한 기술과 인적 자원을 보유해도 결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송경모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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