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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에린 에니스 미·중기업협의회 부회장 “美·中 무역전쟁, 6월 G20 회의서 해결돼야…美 소비자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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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G20 정상회의에서 협상 타결돼야"
"무역 갈등은 트럼프 아니어도 한번쯤 불거졌을 문제"
"韓 정부·기업도 美·中 합의 위한 노력해야"

"중국산 제품에 매겨진 10% 관세는 업체가 제품 이윤을 줄이거나 공급자와 협력해 충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5% 관세는 달라요. 결국 미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을 떠안게 될 겁니다."

미·중기업협의회(USCBC) 선임 부회장인 에린 에니스는 지난 14일 조선일보 주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0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아니었어도 미국과 중국이 부딪혔을 문제"라면서 "다음 달 일본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10개월간 이어져 온 미·중 무역갈등이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조속한 해결을 강조했다.

조선일보

에린 에니스 미·중기업협의회(USCBC) 선임 부회장이 2019년 5월 1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2019에 참가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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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달 10일부터 기존 2000억달러(약 239조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매긴 10% 관세를 25%로 인상한 문제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모든 미국 소비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줄 거라고 목소리 높였다.

1973년 창립된 미·중기업협의회는 중국에 특화된 정보와 자문을 215개가 넘는 미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에니스 부회장은 협의회에서 기업자문 서비스를 감독하고 있다. 그는 미 정부 산하 국제무역자문위원회(ITAC)가 승인한 고문이기도 하다. 협의회 합류 전 민간 외교를 전문으로 하는 키신저 멕라티 협회에서도 일했다. 1996년부터 2000년까지는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아시아 관련 사무를 담당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는가.

미·중이 협의해야 할 문제는 넘쳐난다. 미국은 현재 중국 수출량을 제한하는 일을 고려하고 있고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투자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또 중국의 시장 보호·지식재산권·기술 이전 등의 문제도 있다.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 기업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모든 문제가 한번에 완전히 해결되긴 어렵지만 진전될 거라고 본다. 이정도도 미 경제와 기업들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를 막으려고 한다.

확실히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는 진전될 것이다. 실제 중국은 이미 외국 기업에 도움이 될만한 법령과 규제를 만들고 고쳐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3월 투자 대가로 기술 이전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된 외국인 투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규제 승인 과정에서 얻은 지적재산을 누설하는 공무원을 처벌하는 제도도 있다. 중국은 무역비밀보호법 제정도 검토하고 있다.

미·중기업협의회 회원들도 전반적으로 중국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신경 쓰고 있다고 하더라. 물론 개선돼야 할 점이 많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만약 미·중이 협상을 타결한다면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논의를 진일보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달 9~10일 ‘최종 담판’으로 여겨졌던 미·중 무역 고위급 협상이 또 다른 협상만을 예고하며 끝났다. 설상가상으로 양국 정부는 서로 관세를 더 매기고 있다.

양국이 문제를 질질 끌기보다는 실제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 크게 두가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협상 쟁점을 따져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사안은 지난 2~3개월 동안 같았다. 지식재산권 문제 등에서 중국이 태도를 바꾸고 일관성 있게 행동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미국이 제기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중국의 지식재산권 문제를 개선할 순 없다.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두 번째는 이 모든게 협상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기 전 긴장을 고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밝혀왔다. 한국과의 철강·알루미늄 협상 때도 비슷한 전략을 썼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때 멕시코에도 그랬다. 중국이 이런 트럼프의 협상 방식에 놀라지 않았으면 한다.

―오는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온다. 반면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말쯤 타결된다고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만나는 G20에서 협상이 타결될 거라고 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시 주석과 직접 대면할 때 협상이 타결될 거라고 했다. G20이 두 정상이 만나는 첫 기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측 최고 결정권자다. 멕시코·캐나다와의 협상에서도 그랬듯, 그는 협상에서 치적(治績) 쌓기를 좋아한다. 물론 시 주석은 협상가에게 결정 권한을 전부 위임하는 편이다. 그러나 양국이 다루는 현안 중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적 관심이 반영된 사안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 미·중기업협의회는 G20에서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물밑협의가 잘 진행됐으면 한다.

합의가 늦어지면 양국 경제에 큰 파장이 일게 된다. 미국 농민은 이제 어떤 농작물을 얼마나 심을 것인지, 지난해부터 비축해 둔 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곧 결정해야 하는 시기다. 또 이미 2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관세 영향을 느끼기 시작한 회사도 있다. 상황이 다음 달을 넘긴다면 미 소비자는 물가 부담을 상당히 느낄 것이다. 골드만삭스 예상이 빗나가길 바란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미 경제가 좋아 미·중 무역전쟁 충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미 경제가 호황인지, 관세 영향을 받을지 여부에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 25%를 적용하는 건 수입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25% 관세는 그들이 감당할 수 없다. 기존 10% 관세와는 차이가 크다. 10% 관세는 업체들이 제품 이윤을 줄이거나 공급자와 협력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25% 관세는 무리다. 결국 이 영향은 미 소비자가 받게 된다. 모든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가 적용되면 미 평균 4인 가족의 연 지출이 2000달러(약 240만원)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미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중국 제품이 실제로 미 소매 시장에 넘겨지는 시기는 6월이다. (미국은 10일 0시 1분 전에 중국을 출발한 미국행 화물은 이미 미국에 수출된 것으로 간주해 인상된 관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하는 시기는 6월쯤 된다.) 이때부터 미 수입업자들은 기존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이들은 결국 부담되는 비용 일부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에린 에니스 미·중기업협의회(USCBC) 선임 부회장이 2019년 5월 14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ALC)2019에 참가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25% 인상 계획을 밝혔을 때와 중국이 ‘보복 관세’를 발표할때 미 기업 반응은 어땠나.

정말 놀랐다. 그 정도의 관세 인상을 예상한 건 극소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미 관세를 추가로 매겼을 때는 놀라지 않았다. 중국은 무역전쟁 시작부터 미 조치에 상응하는 대응을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먼저 미국에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줬다. 중국 속내는 무엇인가.

중국은 무역전쟁 시작부터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매번 미국이 먼저 행동하면 그다음에 상응 조치를 취하거나 미국보다 약하게 행동하는 이유는 중국이 미국의 WTO 범법 행위에 반응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가 미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이런 무역분쟁이 불거졌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2016년 선거에서 누가 당선됐든 이렇게 됐을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도 중국의 군사안보적 야망이 미국에 대한 위협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도 더 강력한 무역 정책을 내세웠다. 또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 문제와는 다르게 미 의원들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를 크게 비판하지 않는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중국과 대적할 때가 왔다고 느끼기 때문에 행정부의 조치를 기꺼이 따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한국 정부나 기업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미국과 중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은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유무역협정이 아닌 양자 간 무역 협정은 당사자끼리만 무역 합의보게 된다. 이는 잠재적으로 다른 무역 상대국에 피해를 줘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또 미 기업이 중국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겪는 문제와 비슷하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외에 다른 무역 상대국도 중국에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 중국은 미국에서 다른 사람이 대통령이 되든 한국이나 유럽에서 정권이 변하든 이런 문제가 꾸준히 불거질 거라고 이해해 반응하게 될 것이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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