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7일(현지시각) 열린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왼쪽)와 김성 주유엔 북한 대사. /유엔 웹TV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미국 대표가 27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북한 대표를 향해 ‘러시아 파병 사실이 있냐’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당황한 북한 대표는 “북러 조약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이날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제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아주 간단한 질문이고, 매우 간결하게 답변해 주면 좋겠다”며 “북한은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나”라고 물었다.
북한의 김성 주유엔 대사는 우드 대사의 돌발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이날 회의장에 있었던 한 외교관은 전했다. 다만 김 대사는 질문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은 하지 않은 채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완전히 부합한다”며 “따라서 북한은 이 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비준을 마친 북러 간 조약 4조에는 ‘한 나라가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고 되어 있다. 김 대사는 북러 협력 강화를 언급하며 사실상 파병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드 대사는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은 러시아의 요청에 따라 군수품을 담은 1만8000개 이상의 컨테이너와 100개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불법 이전했다”며 “이 모든 미사일은 키이우와 자포리자와 같은 우크라이나 인구 밀집 지역을 공격하는 데 사용됐다”고 말했다.
추가로 더 많은 북한 무기가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우드 대사는 “우리는 북한산 170㎜ 장거리 자주포와 240㎜ 장거리 다연장 로켓 발사기가 분쟁 지역에 대량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했다.
우드 대사는 “이 모든 것에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에 방공 시스템을 이전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북한에 기술과 장비를 판매해 김정은 정권의 군사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크렘린궁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을 무시하고 약속을 저버렸으며 자신들의 행동이 국제 평화와 안보를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지에 무관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르히 올레호비치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가 27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옆자리에 앉은 북한 대표를 쏘아보며 발언하고 있다. /유엔 웹TV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드 대사에 이어 추가 발언에 나선 우크라이나 대표는 북한 대사에게 “머지않아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대사 바로 옆에 앉아있던 세르히 올레호비치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북한 대표의 눈을 직접 보고 말해야겠다고 했다. 김 대사를 쏘아본 키슬리차 대사는 “당신은 범죄 정권을 대표하고 있고 또 다른 범죄 정권을 돕고 있다”며 “머지않아 당신과 당신 지도부는 법정에 서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당신의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자유를 즐길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한편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국제사회가 단합해 불법적인 북러 협력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북한 지도자는 병사들을 먼 전쟁터에 보내 러시아가 무모한 전술에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병사들이 받는 월급을 빼돌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돈을 대고 있다”며 “이런 공모가 방치되면 유엔헌장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근간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 ☞ 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이가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