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법 규제 사각지대 SNS 소비자 피해 급증
관련 법은 국회서 계류… 조속히 통과돼야 목소리 높아
임블리의 임지현 상무. |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호박즙 곰팡이 검출에서 시작해 각종 논란에 휩싸인 인터넷쇼핑몰 '임블리' 사태를 계기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마켓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스타그램ㆍ블로그 등 SNS에서 유명세를 얻은 인플루언서가 홍보한 상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거래를 중개해 매출을 올리는 SNS마켓 시장이 급격히 커졌지만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법적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블리를 운영하는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는 전일 서울 금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지현 상무가 7월 상무 보직을 내려놓는다"며 "고객 소통과 응대, 경영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인 임지현 상무의 인플루언서 역할은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또 다시 비판을 자초했다. 임 상무는 '임블리'를 대표하는 얼굴이자 팔로워가 80만5000명에 달하는 인플루언서다. 임블리 소비자들 다수가 임 상무의 영향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신뢰해 제품을 구매한 이들이다.
업계에서는 인플루언서의 경우 별도의 광고 비용이나 게재 비용 없이도 막강한 영향력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임 상무가 이를 놓지 않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인스타그램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설문 당사자의 92%가 인스타그램에서 새로운 제품을 접한 이후 구매와 관련된 행동을 취했다. 이 중 35%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연계된 브랜드의 웹사이트 또는 앱을 방문해 해당 제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SNS가 단순한 소통의 장을 넘어서 '산업의 장'으로 진화한 것이다. 임 상무 역시 역시 이를 기반으로 쇼핑몰 임블리를 만들었고, SNS 파워를 통해 연 매출 1000억원대의 쇼핑몰로 키워냈다.
SNS마켓이 급성장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접수된 SNS 상거래 관련 피해 상담 건수는 총 3370건에 달했다. 해당 피해 상담 건수가 2015년 506건에서 2016년 892건으로 뛰었고, 2017년 814건, 2018년 869건 등 해마다 800건을 넘었다. 또 올해 들어 3개월간 289건이 접수됐고, 연말에는 1000건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지난 1년간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셜미디어 쇼핑 이용실태 및 태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쇼핑을 했다 피해를 입은 사례는 144건으로 피해금액은 2700만원에 달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한 소비자 김서형(31ㆍ가명)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귀금속을 구매했는데 불량이었고, 이후 피해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SNS마켓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고, 법적으로 소비자 보호 장치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블리의 임지현 상무. |
피해가 많은 이유는 SNS마켓의 폐쇄적인 거래 환경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자상거래법'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소비자 보호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임블리처럼 사업 규모를 키운 인플루언서는 주문과 결제를 공식 온라인 쇼핑몰에서 담당하고 제품 홍보만 인스타그램에서 하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자나 1인 사업자는 주문부터 결제까지 SNS를 통해 처리한다. 판매자가 사업자등록 등을 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은 국회서 낮잠만 자고 있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SNS 판매자도 관리ㆍ감독 범위 안에 포함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태규 의원)과 통신판매업자로 신고하지 않은 거래의 경우 사이트 접근을 차단해 SNS를 통한 전자상거래를 감독할 수 있도록 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찬열 의원)이 발의된 상황. 그러나 해당 법률안들은 여야의 무관심 속에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SNS를 통한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따른 피해도 급증하고 있지만 법규가 미비해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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