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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고 장자연 사건

10년 전 보고서 '부실' 표현 13번···'장자연 사건' 묻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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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장자연씨가 지난 45회 백상예술대상에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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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0일 오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공개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에는 '공소시효 완성'이란 문구가 5번 등장한다.

그중 3번은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관련해 일부 혐의가 드러났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남은 두번 중 한번은 의혹은 있으나 밝혀지지 않은 성폭행 혐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 마지막 한번은 증거와 진술을 확보못한 고 장씨에 대한 특수강간 의혹의 공소시효(2024년 6월 29일) 완성일이다.

과거사위는 장씨의 기획사 대표였던 김종승씨가 조선일보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권고했다.

26쪽 보고서에 '부실''미진' 표현 13번 등장
과거사위는 이번 조사가 한계에 부딪친 이유로 2009년 검·경의 부실수사를 꼽는다.

실제 '장자연 보고서'에는 '부실'과 '미진'이란 단어가 13번이나 등장한다. 10년 전 수사팀의 수사가 미진했거나 압수수색, 증거 관리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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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이 20일 오후 정부 과천종합청사 법무부에서 '장자연 사건' 관련 심의 결과를 발표하던 중 얼굴을 만지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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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는 보고서 말미에 "(수사기관의) 이례적이며 의도적인 증거 은폐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런 것을 두고 법조계 은어로 '사건을 말아먹었다'는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과거사위는 장씨의 기획사 대표였던 김씨가 2008~2009년 장씨에게 술접대를 강요한 혐의, 2009년 2월 장씨에게 "만나면 죽여버리겠다""매장시키겠다"고 추가 협박한 혐의, 같은 해 조선일보 사회부장이었던 이모씨가 장자연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에게 조선일보라는 단체의 위력을 보였던 특수협박 혐의에 대해 사실 관계는 인정되나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사건 외압 의혹 전혀 사실 아니다"
조선일보는 "사건 외압은 일부 인사의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장자연 문건'에 기재된 '조선일보 방사장' 등 방씨 일가에 대한 성접대·술접대 의혹, 배우 윤지오씨가 제기한 일부 특수강간 의혹에 대해 과거사위는 초기 부실수사 등으로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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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장자연 사건 주요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 씨가 지난달 24일 오후 캐나다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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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과거사위는 장자연 문건에 조선일보 방씨 일가 관련 의혹에 대한 검·경의 부실수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장자연 문건에 나오는 '조선일보 방사장'이 실제 조선일보 방씨 일가의 인물인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미진했고 수사팀이 또다른 방씨 일가의 인물인 방모씨(과거사위 지칭 방BB)가 장자연씨와 식사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했지만 관련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과거사위는 검·경이 '조선일보 방사장'의 아들로 지목된 방모씨(과거사위 지칭 방CC)의 술자리에 장씨가 동석했다는 술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씨 일가의 수사와 관련해 검·경이 매우 제한된 통화 기록만 확인하는 등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 방씨 일가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증거나 진술, 구체적 사실이 특정 또는 발견되지 않아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사위 "수사기관의 의도적 증거은폐 의심"
과거사위는 또한 장자연 사건 수사 초기 경찰의 부실한 압수수색, 그 과정에서 확보한 통화내역, 디지털포렌식 자료, 수첩 본사본 등 다수의 증거자료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수사에 참여한 경찰과 검사 모두 이번 조사 과정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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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 국무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총리는 장자연 사건 조사결과 발표가 "국민의 신뢰 회복을 얻는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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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과거사위는 13개월간 사건 관계자 84명을 조사했음에도 10년 전 부실수사의 난관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경우에는 공소시효라는 벽에 또다시 멈춰섰다.

'장자연 사건' 의혹들은 미궁에 빠진 채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과장된 의혹이 제기됐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 의혹들을 밝혀내지 못한 이유 중 상당수가 경찰과 검찰의 부실수사 때문이란 지적에 국민들의 답답함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신인배우 장자연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지 어느덧 10년지 지났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이 남긴 질문들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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