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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NYT “화웨이 배제는 디지털 철의장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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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격화하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미국 언론은 화웨이 제재로 인해 '디지털 철의 장막'이 생겨 새로운 냉전을 예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체탄 아히야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글로벌경제부문장이 투자자들에게 보낸 노트에서 이같이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아히야 부문장은 "미·중 간 아무런 합의가 도출되지 않은 채 미국이 중국산 제품 3000억달러(약 360조원)어치에 관세 25%를 추가로 부과하면 우리는 세계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기술 이전과 지식재산권 등과 관련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 13일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공개했다. 앞서 10일 2500억달러(약 300조원) 규모 중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사실상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경책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산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관세 25%가 부과되는 상황이 3~4개월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세계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2.5% 이하로 떨어지면 침체기에 들어갔다고 정의한다. 월드뱅크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아히야 부문장은 전면적 관세전쟁이 시작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정책 방향을 수정해 미국 기준금리를 2020년 봄까지 '제로(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한 연준은 올해 들어 금리를 동결하며 시장을 살피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2.25~2.50%다. 또 중국은 올해 경기 부양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확대해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아히야 부문장은 이 같은 부양책이 시행되더라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시점까지 시차가 발생해 경기 침체는 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은 무역전쟁의 중심에 있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에 90일간 미국 제품 구매를 허용하는 임시면허를 발부했다. 이날 미국의 유예 결정은 화웨이 전면금지 명령에 유예기간을 둬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공산당 정신의 근원인 '대장정'을 언급하며 미국과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21일 중국 관영 CCTV에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장시성을 방문 중인 시 주석은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장정이 착수하고 있다"며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장정'은 1930년대 중국 공산당군이 1만5000㎞에 달하는 도보 이동을 통해 거점을 옮긴 행군으로, 공산당에서 신성시 여기는 역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두고 "중국이 단시일 내에 무역협상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 사태는 디지털 '철의 장막'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철의 장막'은 냉전기간에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을 나누는 경계를 의미하는 용어다. NYT는 "중국은 지난 20년간 다른 나라들 사이에 디지털 벽(digital wall)을 쌓아 왔다"며 "이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대편에서 벽을 쌓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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