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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최저임금 임금불평등 잡았지만, 고용 감소도 나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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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 일부 취약 업종의 고용이 감소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선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으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소득이 증가하고 임금격차가 감소한 ‘순작용’도 확인됐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는 노동시장이 안고 있는 임금불평등과 일자리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업 등 취약 업종의 고용에 미친 영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음식·숙박, 도·소매업 30인 미만 사업장 41곳과 공단 지역 제조업, 자동차 부품업 100인 미만 사업장 53곳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FGI)를 실시했다. 같은 통계 지표를 두고도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한 전문가 분석이 엇갈리자 정부가 직접 실태조사에 나선 것이다. 조사 대상 업종은 경기 하강 국면에 업종 내 과당경쟁, 외부 환경의 급변 등으로 경영 어려움이 가중된 취약 업종이 선정됐다.

조사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감축은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서 두드러졌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 및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업이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고용이나 노동시간을 줄여 인건비 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해당 업종 종사자의 임금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율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는 고용 감축에 따른 인력 공백을 본인이나 ‘가족 노동’으로 메웠다.

숙련노동자 확보가 어려운 제조업종에서는 고용을 줄이기보다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단 내 중소제조업종에서는 일부 고용 감소 사례가 있었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더 많이 확인됐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의 경우 고용이 오히려 증가한 기업도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이 취약 업종의 고용은 악화시켰지만 노동자의 임금소득 증가에는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16.4%, 시간당 7530원)에 따른 임금 분포 변화를 조사한 결과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은 작년 6월 기준 19.0%였다.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래 수치가 20%대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2017년 같은 조사 당시 22.3%보다도 3.3%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총소득이 아닌 임금만을 대상으로 분석했을 때 빈부격차의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의 경우 지난해 0.333으로 전년(0.351) 대비 0.0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4년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것이다. 취약 업종에서도 임금격차 감소는 확인됐다. 제조업의 경우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시급 인상률은 높아지고, 최저임금 이상을 받았던 노동자의 인상률은 제한되면서 임금격차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를 임금 수준에 따라 10개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임금이 낮은 하위 3개 그룹의 시간당 임금·월평균 임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가장 낮은 1·2분위는 최저임금 인상율 이상으로 시간당 임금액이 증가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순효과와 부작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업장 실태조사를 진행한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인상할 때 가장 이상적인 상황을 전제하고 그것에 부족하면 문제 있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라며 “임금격차 해소의 편익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까지 고용이 줄어드는 부분을 감내할 수 있는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를 통해 밝혀진 최저임금 인상의 순효과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두드러지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폭이 상당히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여당에서 이른바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흘러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토론에 참여한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것이기에 사회 보장 수준이 낮을수록 임금소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려면 사회 보장을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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