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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삼성 노조 와해’ 협력사 사장, 폐업 전후 수천만원 특혜에도 “이유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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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률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해운대협력사

삼성전자서비스, 직장폐쇄 계획문건 만들어 폐업시켜

협력사 사장, 위로금 등 받고도 “이유 모른다” 모르쇠

폐업 전 본사 지점장이 병원 입원 권유…“폐업 명분 쌓기용”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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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삼성전자서비스 소속 해운대 협력사를 폐업한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폐업에 개입한 정황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협력사 사장은 폐업 전후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거액의 돈을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특혜를 받은 이유는 “모르겠다”고 잡아뗐다. 협력사를 폐업한 이유도 건강 악화와 연이은 적자, 노조원과의 불신 때문이라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21일 삼성 노조와해 재판에서 이 사건 피고인이기도 한 해운대 협력사 사장 유아무개씨의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은 유씨가 협력사 인수 시점부터 폐업 이후까지 삼성전자서비스 쪽으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해운대 협력사는 삼성전자서비스가 지정한 ‘MJ(문제)’ 협력사 중 하나로,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가장 높은 협력사 중 하나였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는 ‘해운대협력사 직장폐쇄 실시계획문건’ 등을 만들어 해운대 지사를 폐업시켰다. 협력사 사장 유씨는 폐업의 대가로 위로금 6500만원과 자문료 등을 줬다. 해운대 협력사 폐업 이후에도 자문료 명목으로 해고 수당 6800만원을 보전해 주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유씨는 자문료는 삼성전자서비스와 자문계약서를 체결해 서비스 관련 자료 자문을 한 달에 한 번 해주는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남부지사 차장은 증인에게 자문을 의뢰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증인도 검찰 조사에서 그렇다고 했는데 왜 입장을 바꾸는 것인가”라고 반문하자 유씨는 “(자문을) 한 번은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 뒤에는 다시 “첫 달에만 자료 내용을 확인하고 그 다음 달부터는 자료 표지에 서명만 했다”고 고쳐 말했다. 검찰은 이러한 자문 내용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실효성 없어 보이는 자문을 해 주고 거금을 받은 것이냐”고 캐물었고, 유씨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운대 협력사 인수 당시 유씨가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권리금 1억3천만원을 지원받은 사실도 증인신문 과정에서 드러났다. 협력사가 거액의 권리금을 지원받는 일은 이례적이지만 유씨는 “전문 경영인 양성을 위해 시범적으로 (삼성이) 해 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왜 그런 특혜를 증인에게만 준 것인가. 전문 경영인으로서 특별한 장점이 있는 것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또다시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재판장 역시 해운대 협력사가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돼 유씨가 대표이사로 등록된 점을 들어 “증인은 오너인데 왜 전문 경영인이라고 하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협력사 인수부터 폐업까지 각종 금전 혜택을 받은 점을 들어 “왜 증인은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특별 대우를 받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유씨의 피의자 신문조서에서는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정황도 일부 드러났다. 검찰이 “문제 협력사 대표로서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받은 지시가 있냐”고 묻자, 유씨는 “삼성전자서비스쪽 지사 지점장이 협력사 사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적을 언급하며 노조원을 설득해 탈퇴시키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사장 실적을 평가하는 항목과 관련해서도 “저는 노조원 탈퇴를 거의 시키지 못해 경영자 마인드 부문 점수는 빵점이었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또 폐업 전 회사쪽 지점장이 병원 입원을 권유한 사실에 대해서도 유씨는 “폐업용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나빠진 건강을 폐업 사유로 삼을 수 있는 구실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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