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영업부문 반대에 '급제동'…르노삼성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1개월만에 만든 공감대' 르노삼성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부산공장 조합원 찬성률 52.2%…영업부문, 반대 65.6%로 앞서

노노 갈등 수면위로 급부상하며 르노삼성 수출물량 확보 '적신호'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싸고 1년 가까이 노사 간 진통을 겪은 르노삼성자동차가 끝내 노노 갈등의 벽에 막혀 파국을 맞았다. 노사가 최근 극적으로 도출한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예상 외로 부결에 그치면서다. 임단협 타결을 전제로 정상화 기대감에 부풀었던 르노삼성은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22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전날 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실시한 2018년 임단협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는 반대 51.8%로 최종 부결됐다. 찬성 비율은 47.8%였다.


결과를 뒤집은 건 전체 조합원 2219명 가운데 400여명을 차지하는 영업 부문(정비직) 조합원이었다. 부산공장 조합원의 찬성률은 52.2%로 과반수였으나 영업 부문에서는 반대가 65.6%로 더 많았다. 부산공장은 역대 가장 높은 찬성률이 나왔지만 영업 부문에서는 반대로 가장 좋지 않은 찬성률을 기록했다.


아시아경제

르노삼성 부산공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당초 이번 임단협 잠정 합의안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장기간 노사 대립으로 내수 판매가 급감하고 협력사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11개월 만에 어렵게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미 62차례 부분파업(누적 250시간)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한 손실액만 3000억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또 올해 1~4월 르노삼성 내수 판매는 2만2812대, 수출은 3만118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 51.1% 급감하며 노사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영업 부문의 반대가 유독 심했던 것은 강성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 성격이 짙어 보인다. 그동안 보이지 않게 쌓인 노노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결과인 셈이다. 영업 부문이 반기를 든 또 다른 이유는 노사가 합의를 이끌어낸 배경이 내수 중심이 아닌 수출 물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생산 기지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상대적인 소외감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조는 우선적으로 이날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부결 원인 파악과 함께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 동결 등에서 이견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으나 빠른 시일 내 사측과 만남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2014년, 2016~2017년 임단협의 전례에 비춰 2주 내로 합의안이 최종 가결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당시 르노삼성 노조는 1차 투표에서 부결됐던 합의안을 큰 수정 없이 2차 투표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르노삼성 노조의 다수를 이루는 부산공장 조합원의 찬성률이 높았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갑작스러운 부결 사태로 르노삼성의 고민은 다시 깊어지는 모양새다. 일단 르노삼성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오는 12월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는데 내년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 상태다. 르노삼성은 신차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기대하고 있지만 임단협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르노그룹 본사는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