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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경제 전문가들 비관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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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6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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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 조치와 뒤이은 중국의 희토류(稀土類) 수출 중단 가능성 거론으로 인해 미중 무역분쟁 전선이 기술 분야로 확대되자 무역분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이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차원을 넘어서 경제 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중국 역시 쉽게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전망 때문이다.

21일 블룸버그통신과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 무역정책 전문가로 꼽히는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긴밀하게 연결됐던 세계 양대 경제(미국과 중국)가 급격하게 분리(디커플링)를 시도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사상 특수한 사건이자 미국 무역정책의 일반적인 흐름에서도 크게 동떨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어윈 교수는 미국 무역정책의 역사를 서술한 자신의 저서 ‘통상 충돌’에서 “미국 역사상 관세 부과 정책은 상대국이 자유 시장 질서와 공정 무역에 동조하도록 요구하는 성격이 강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관세 압박 역시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분석했는데 이러한 판단을 수정한 셈이다.

어윈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분쟁의 성격을 미국 건국 초기 일어난 영국과의 ‘1812년 전쟁’에 빗댔다. 그는 “미국에서 1812년 전쟁은 무역 분쟁으로 인해 촉발됐고, 당시 적대 세력으로 간주됐던 영국에 대한 산업 종속을 줄이려는 시도였다”며 “전쟁 종료 후에는 양국의 경제 디커플링이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미중 양국이 단기간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경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는데, 중국도 국가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굴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의 성격이 달라졌다며 협상 결과를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그룹 수석경제자문은 22일 블룸버그 기고에서 “화웨이 사건을 계기로 무역전쟁은 양국간 다툼을 넘어 국제 무역 질서를 흔들기 시작했다”며 “확실한 것은 무역전쟁이 끝나든 장기화되든 무역관계는 이전과 전혀 다른 형태가 된다는 점이고 모든 시장행위자들이 이를 깨달았을 것”이라고 적었다.

앞서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그룹의 숀 다비 수석 국제증권전략가는 18일 “미국의 화웨이 봉쇄 결정은 무역분쟁 전선을 디지털 분야로 확대했다“며 “중국 기업을 둘러싼 초대형 공급망에 걸쳐 투자자들이 예상하지 못할 만큼 광범위한 손실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시장분석기관 MKM파트너스도 “미국 정부의 최종 목표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것이 아니라 화웨이를 무너트리고 중국의 5G망 발전도를 낮추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이 경우 양국의 충돌은 기술 분야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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