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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글쎄?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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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로버트 파우저의 도시 탐구기-각국 도시 생활자, 도시의 이면을 관찰하다
로버트 파우저 지음/혜화1117·1만7000원

1961년 미국 미시간주 앤아버에서 태어난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는 역마살을 타고났다. 일본에선 도쿄·교토·구마모토·가고시마에서 살아봤고, 한국에선 서울·대전 등에서 13년간 거주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프로비던스라는 소도시에서 지내고 있다. 기회가 닿을 때마다 런던·뉴욕·라스베이거스·전주·대구 등을 누비며 부지런히 도시를 탐험했다.

도시학 전공자가 아니지만 도시 탐험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그의 특기는 ‘언어 역마살’이다. 모국어인 영어는 물론 한국어·일본어·독일어·스페인어·프랑스어·중국어·몽골어를 할 줄 알고, 한문과 라틴어, 북미 선주민 언어(류슈트시드), 중세 한국어를 공부한 다중언어습득자다. 민감한 귀와 뇌를 이용해 특정 도시에 갈 때마다 그 지역의 사투리나 언어습관을 구별해내면서 도시구조와 계급별 거주 분포와의 관련성을 유추하고 도시의 역사를 떠올린다. 340여쪽에 이르는 이 책도 직접 한국어로 집필했다.

“누군가 나에게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 내가 거쳐온 수많은 도시가 바로 내가 온 곳”이라 말하는 그에겐 특정 공간에서 느꼈던 감수성, 거기서 맺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래서인지 노마드에 가까운 지은이는 ‘소다드’를 소중하게 여긴다. 소다드는 옛것 또는 옛사람에 대한 애수·향수를 가리키는 포르투갈어. 구도심의 쇠락과 함께 건물을 이전한 대전 성심당 빵집을 20여년 만에 찾아가 여전히 좋은 빵맛에 안도하면서 이십대에 만났던 충남대 학생을 그리워하는 그의 모습에선,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인 세계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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