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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시작활동 50년·민족혼·인류 시원의 삶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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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황송문/KOOHAK/각권 5만원


황송문문학전집 전 20권/황송문/KOOHAK/각권 5만원

중견작가이자 시인 황송문(사진)에 대한 문학 평단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하나로 모인다. 한국적인 진실한 존재를 향토적으로 표현하는 기법은 탁월하다. 황 시인처럼 향토성을 짙은 작품을 내는 시인이 또 있을까 싶다. 인간 삶의 모습을 시의 소재로 삼으면서도 센티멘털리즘에 빠지지 않고, 초연히 넘어서는 독특한 시풍을 보여준다.

황 시인은 최근 자신의 문학 작품집 20권째를 출간했다. 시와 소설, 비평 등 지난 50여년 작가로서 걸어온 작품집이다. 흐트러짐 없는 시작활동 50년과 민족혼, 나아가 인류 시원의 삶과 꿈을 되살려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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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한 작가의 평이다. “시라는 창작적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론적인 ‘왜’에 대한 해답보다는 창조적인, 또는 신비적인 ‘어쩐지’의 심상을 살려 나가는 데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인류가 추구하는 현실 이상의 어떤 절대가치를 생산적 상상을 통한 언어의 집을 짓고, 그 언어의 집에서 누리고자 하기 때문이다.”

황송문의 작품이 갖는 풍경은 따스하고 부드럽다. 그의 감정의 균열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지 않고는 좀체 느낄 수 없다. 그의 고집이 갖는 강도나 중량 그리고 엄격성은 함부로 얕보거나 건드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인 유안진은 평한다. “황송문은 강철왕 카네기처럼 찬스를 포착하는 데에 일가견이 있다. 언젠가 한송문학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했는데, 그때 한 말을 재빠르게 포착하여 ‘공기시론’이라는 시를 써서 발표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시의 결구는 나의 말을 패러디한 것이었다. ‘값이 없을수록 좋은 거지요/ 공기 햇볕 바람 하느님…/ 값이 없는 게 없으면 모든 생명은 죽지요/ 시는, 시인에게는 하느님 다음, /누가 알아주든 말든 공기처럼 / 값이 없는 시를 즐기며 쓰지요.’”

지난 30여년간 후학들에게 강의한 내용도 대부분 이 전집에 묶여졌다. 대학강의의 결실로 교재 ‘문예창작강의’(문학사계)를 펴냈다. 현대문학 장르인 시와 소설, 수필 분야의 창작 이론을 밝히고 그 이론을 바탕으로 창작 실기를 도모했다. 후학들이 문예창작의 능력을 계발하고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펼치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다.

황 시인은 “이론과 실제는 마치 나침반과 배의 관계와도 같다고 한다. 나침반 없는 배나 배 없는 나침반을 생각할 수 없듯이, 이론 없는 실제나 실제 없는 이론을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황 시인의 문학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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