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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책의 향기]난민을 위한 ‘종이 건축’, 새로운 아름다움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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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종이 건축/반 시게루 지음·박재영 옮김/232쪽·1만3800원·민음사

동아일보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가 밝히는 행동하는 건축론. 부제가 ‘건축가는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다.

저자는 구호운동가와 건축가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간 고베 대지진, 대만 대지진, 뉴질랜드 대지진 등 각종 재해 지역과 르완다를 비롯한 내전 지역에서 난민과 약자를 위한 건축에 힘썼다. 책은 그가 20년간 펼친 자원봉사 건축 활동을 돌아본 일종의 자서전이다.

제목의 ‘종이 건축’은 무에서 유를 이뤘다는 유의 비유적 수사가 아니다. 실제 종이로 건축을 했다는 뜻이다. 물자가 부족하고 다시 파괴될 수 있다는 재난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난민을 위한 여러 시설에 그는 획기적 종이 건축 기법을 도입했다.

실제적 필요에 의해 고안한 종이 건축은 그 독특한 구조와 질감 덕에 하나의 스타일이 돼버렸다. 재난 지역뿐 아니라 순수한 아름다움을 위한 곳으로 확장한 것이다. 디자이너 미야케 잇세이의 프랑스 파리 패션쇼장, 독일 하노버 엑스포의 일본관 종이 돔까지 다양한 곳에 저자는 종이 건축을 펼쳤다.

건축가의 실무적 활동 기록이기에 조금은 딱딱할 수 있지만 꼼꼼히 첨부한 여러 사진과 다정한 글, 깔끔한 책 디자인이 그 자체로 단아한 종이 건축처럼 느껴진다. 함께 일한 자원봉사자들의 얼굴과 이름까지 하나하나 열거한 마음 씀씀이도 따사롭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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