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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미 연방법원, 트럼프 ‘국경장벽’ 건설비 전용은 “헌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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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 의회 승인 없는 예산 전용은

“미 헌법이 정한 행정권의 재량 넘은 것” 판단

국경장벽 건설에 대한 위헌 소송 가운데 첫 판단

트럼프 대통령 “장벽은 건설 중. 신속한 재심 원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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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란 우회로를 통해 미 의회의 승인 없이 67억달러(약 7조9600억원)의 예산을 국방비에서 국경장벽 건설비로 전용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미 연방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24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 의회의 승인 없이 예산 사용처를 정한 대통령의 결정은 행정권의 재량을 넘는 것”이라며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는 계획의 일부를 중단하라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대통령 선거 때 자신의 ‘핵심 공약’이었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35일에 걸친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 감수하며 민주당과 대립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15일 “국경에서 범죄자들이 몰려들 수 있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국방비에서 장벽 건설비용으로 67억달러를 전용했다. 이날 가처분 결정이 나온 것은 전체 67억 달러 가운데 10억달러에 대해서다.

헤이우드 길리암 연방법원 판사는 이날 내놓은 56쪽 길이의 판결문에서 “의회는 연방정부 예산에 대한 ‘절대적’ 통제권을 갖는다. 그 통제권이 설사 행정부가 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람을 좌절시킨다 해도 이는 우리 헌법제도의 오류가 아니다. 이는 우리 체제의 모습이며 그 핵심정인 부분”이라고 못박았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판결을 통해 남부 텍사스주와 서부 애리조나주 국경 지역에 추진되는 장벽 건설이 일시적으로 중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엔엔>(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예산을 사용해 공사를 이어갈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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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판결은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 DC 등 다른 주에서 이어지고 있는 여러 소송 가운데 가장 먼저 결론이 나온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결국 연방대법원에선 승리할 것”이라는 인식을 밝혔다. 그는 앞선 지난해 10월 성폭력 의혹이 있는 브렛 캐버노(53)를 갖은 논란 속에서도 연방대법관으로 임명하며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균형을 이루던 미 연방 대법원을 보수화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에 “장벽은 이미 건설 중이다. 국경 안전에 반하고 범죄·약물·인신매매에 우호적인 판결이다. 신속한 재심을 원한다”고 적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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