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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사설]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 한국 영화 100년의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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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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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칸영화제 최고상 수상은 한국 영화사상 봉 감독이 처음이다. 봉 감독의 수상은 감독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영화 전체의 위상을 드높이는 쾌거라고 할 만하다. 마침 올해는 한국 영화 탄생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봉 감독의 수상은 세계 영화인들이 한국 영화 100년에 주는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칸영화제는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위세에 맞서 창설된 영화제답게 사회적 문제의식과 예술성을 겸비한 영화에 주목해온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다. 우리 영화는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번번이 정상 등극을 보지 못하고 돌아섰다. 2004년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것이 최고상에 가장 가까이 간 경우였다. 이웃 나라 일본이나 중국의 영화가 일찍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고 칸영화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 영화의 중심에 확고하게 들어서지 못했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 영화가 세계적 보편성을 지녔음을 공인받았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더구나 칸영화제를 안방처럼 드나드는 세계적 감독들을 물리치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더욱 가치가 빛난다. 장르영화에 상을 주기를 꺼리는 칸영화제의 기존 관성을 뚫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최고상을 받았다는 것도 수상의 의미를 높인다.

봉 감독은 첫 장편 <플란다스의 개> 이후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 등 만드는 작품마다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스릴러나 괴수영화 같은 장르영화를 만들면서도 기존의 영화문법을 과감하게 깨뜨리는 독창적인 시도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르영화의 틀 속에 사회비판 정신과 휴머니즘의 시선을 깊이 심어 넣음으로써 울림이 큰 영화세계를 구축했다는 평판도 얻었다. <괴물>이 1300만 관객을 불러들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성과 예술성을 추구하면서도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드문 감독이기도 하다. 이번에 수상한 <기생충>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라는 장르영화 형식에 빈부격차와 계급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사회 문제를 절묘하게 결합했다는 호평이 현지에서 이어졌다.

봉 감독의 수상은 한국 영화의 오랜 숙련의 역사가 맺은 결실이기도 하다. 지난 시기에 투철한 장인정신과 예술혼을 불태운 영화인들이 쌓은 역량의 축적이 있었기에 봉 감독의 영광도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가 수많은 장인들의 협업을 요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면, 주연 송강호씨를 비롯한 배우들과 스태프의 활약을 기억하는 것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이 뜻깊은 수상으로 한국 영화가 한층 더 다채로워지고 깊어지기를 바라며, 봉 감독이 키워온 창조성의 불길도 더 뜨겁게 타오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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