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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과학적 근거 부족한데"..게임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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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WHO 질병코드 도입 '강력 반대'

"성급한 판단..유엔 아동 권리 박탈"

정부가 도입 결정땐 2026년 시행

국내업계 年매출 수조원 감소 전망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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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혜미 노재웅 기자] 게임 중독, 이른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가 오는 2022년부터 치료가 필요한 하나의 질병으로 취급받게 됐다.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하는 제11차 ICD(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을 통과시켰고, 오는 28일 총회 전체 회의 보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WHO가 채택한 ICD-11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는 게임에 대한 통제력이 약하고 다른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이같은 부정적인 결과에도 게임을 지속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같은 행위는 다른 개인이나 가족, 사회, 교육 혹은 직업적 기능을 해칠 정도로 심각해야 하고, 최소 12개월 이상 지속해야 한다.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12개월 미만이라도 게임이용장애 판정을 내릴 수 있다.

WHO의 이번 결정은 회원국별 준비 기간을 고려해 오는 2022년부터 발효된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사항이지만 한국이 이를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면 통계청의 KCD(한국표준질병·사인 분류체계) 개정시기인 2025년에 반영할 수 있다. 질병으로 공식 관리되는 시기는 2026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KCD 반영 여부를 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는 각자의 입장과 논리를 앞세워 맞서고 있다. 문화부는 질병코드 등재가 ‘진단기준’과는 달리 의료인들만의 영역이 아니며, 행정가와 교육자, 연구자 등이 관여해야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게임의 질병 코드화에 찬성하는 복지부는 6월 중으로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논의할 게임이용장애 민관 협의체를 부처와 단체, 전문가들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KCD 반영은 여러가지 과학적 조사와 전문가 의견 청취, 연구용역 등의 과정을 거쳐 통계청이 결정하게 된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기존의 PC온라인이나 콘솔게임보다 모바일 게임이 더 활성화되면서 인터넷 중독 및 스마트폰 중독 등과의 상관관계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게임 관련 협회와 기관 등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내 게임학회와 협회·기관 등 88개 단체로 이뤄진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지정에 대해 강력한 유감과 더불어 국내 도입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질병코드 지정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며, 미국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근거가 없어 계류되거나 인준 받지 못했던 게임을 규제하는 다양한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오는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식 출범식을 갖고 차후 국회 면담·관계 부처 공식서한 발송 등 국내 도입 반대운동 실행 계획을 밝힐 방침이다.

국내 68개 주요 게임업체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콘텐츠 산업 진흥을 담당하는 문화부와 함께 오는 28일 긴급 토론회를 여는 한편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뒷받침할 과학적 연구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넥슨과 엔씨소프트(036570), 네오위즈(095660),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은 공식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엔씨와 네오위즈는 각각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카드뉴스 형식의 게시물을 올리고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 반대 의사를 밝혔고,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와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공대위에 이름을 올리며 반대에 참여했다.

업계는 앞으로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WHO가 질병코드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시킨 점은 대단히 유감”이라면서 “게임 개발자는 더이상 어린이들의 꿈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제출한 ‘게임 과몰입 정책변화에 따른 게임산업의 경제적 효과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WHO가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분류가 발효되는 오는 2022년 이후인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산업의 경제적 손실은 총 10조1668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게임산업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 제작·배급업체 147개사를 대상으로 약 한 달간 진행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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