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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역주행 우려…일산의 분노-창릉신도시(3기 신도시) 지정 후폭풍…삼송·원흥은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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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정부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에 반대하는 경기도 일산·운정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일산신도시연합회를 구성하고 대형 집회를 연이어 개최하는 등 반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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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가 추가 발표된 지난 5월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선고’라는 글이 올라왔다. 고양 창릉신도시 지정이 일자리 없는 베드타운이던 일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내용이었다. 청원글이 올라온 지 만 하루 만에 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급기야 5월 12일, 18일 일산 주민들로 이뤄진 일산신도시연합회는 운정신도시연합회, 검단신도시총연합회와 함께 3기 신도시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3기 신도시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예고한 상태다. 일산 주민 신 모 씨는 “고양 일산동구·일산서구·덕양구 일대는 이미 매매·전세 수요가 확 줄었다. 창릉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서면 수요가 더 감소할 테고 집값도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마지막 택지로 고양시 창릉지구를 지정하면서 1기 신도시인 일산에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서울과 가까운 데다 교통·자족 기능을 갖춘 3만8000여가구 규모 창릉신도시가 들어서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떨어지고 베드타운 역할을 하던 일산신도시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반면 같은 고양시인 데도 입주 물량 집중으로 고전하던 삼송·원흥·향동지구는 교통망 호재에 희망을 거는 모습이다.

일산신도시는 1992년 말부터 입주한 수도권 대표 1기 신도시다. 약 7만가구가 입주했다. 교육·문화·쇼핑 등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았다. 2007년 한때 3.3㎡당 아파트값이 1300만원을 넘어서며 ‘명품 신도시’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역주행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서울 등 수도권에서 집값이 오르지 않은 곳이 거의 없고 비슷한 시기 입주한 분당 집값이 급등하는 동안 일산 아파트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분당신도시의 3.3㎡당 아파트값은 2007년 2013만원에서 지난해 2171만원으로 상승했다. 분당뿐 아니라 다른 1기 신도시 아파트값도 다 올랐다. 하지만 일산신도시 아파트값은 2007년 3.3㎡당 1346만원에서 지난해 말 1250만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최근 1년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더 암담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일산서구 평균 아파트값은 3억1737만원으로 1년 전보다 1.8% 떨어졌다. 같은 기간 1기 신도시 분당 아파트값이 평균 7억4437만원에서 8억3747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뛴 것과 대비된다. 집값이 하락하고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집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돌려주는 보상반환사고 역시 전국 226개 시·군·구 중 고양시가 가장 많은 57건을 기록했다.

그나마 최근 2년간(2017년 5월 12일~2019년 5월 10일) 고양시 아파트값은 3.91% 올랐다. 그래도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이 평균 31.68%, 전국 아파트값이 평균 14.51% 급등한 것과 대조된다. 일산신도시가 있는 고양시 일산동구, 일산서구 아파트값 상승률(각각 2.12%, 2.19%)은 고양시 평균을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일산 집값 역주행 원인으로 공급과잉과 기업 부족을 꼽는다.

일산신도시가 노후해가는 동안 고양시에는 삼송·원흥·향동지구 등 택지개발사업이 여럿 완료됐다. 일산 서북쪽에는 파주운정신도시가 조성됐다. 일산신도시 주변에 아파트 공급이 넘쳐났다. 일산신도시에는 대규모 업무단지나 개발 호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입주 30년이 다 돼가는 노후 아파트만 가득 쌓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산은 완연한 성숙도시로 인력 수급이 용이한데도 기업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나마 계획된 업무지구에는 기업이 아닌 호텔, 오피스텔 등 숙박·주거시설이 들어서면서 베드타운으로 전락했다”고 분석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일산 주변에 양질의 일자리가 풍부하지 않은 데다 업무지구 중심인 강남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도 3호선 하나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도 주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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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입주 폭탄에 미분양 우려

게다가 앞으로 고양시에 2016년 이후 분양된 새 아파트 단지 입주가 대거 예정돼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1935가구였던 고양시 입주 물량은 지난해 6033가구에서 올해 1만3410가구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5820가구가 새로 입주한다. 올해 입주를 본격화하는 향동지구(덕양구, 9973가구)뿐 아니라 일산동구(2337가구)와 일산서구(1100가구)에도 아파트가 대거 입주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청약 성적도 저조하다. 지난 4월 분양한 ‘e편한세상일산어반스카이’는 1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고양시는 지난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조정대상지역이라는 이유로 하루 만에 지정 취소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물론 일산신도시 미래가 마냥 어둡다고 볼 수만은 없다.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올해 착공),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선 추진, 일산테크노밸리 조성(2023년 완공 예정), 방송영상문화 콘텐츠밸리 조성(2022년 완공 예정), K컬처밸리 공연장과 호텔 신축 등 개발 호재를 품고 있어서다. 또 일산 바로 옆에는 능곡·대곡역세권 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또 3기 신도시가 실제로 조성되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10년가량 걸리는 만큼 당장 일산 집값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적고 강남으로 이동이 불편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일산이 대표적 수혜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종완 원장은 “GTX A노선은 정부가 계획한 GTX 3개 노선 사업 중 가장 진척이 빠르며 202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통망은 발표, 착공, 개통 3단계에 걸쳐 15~20%가량 집값을 띄우는 효과가 있다”며 “GTX가 통과하는 신설 역세권 아파트 위주로 접근하면 집값 하락 부담이 적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교통 호재에 고양 덕양구 온도차

향동호반, ‘고양선’에 호가만 3천만원 ‘쑥’

3기 신도시 추가 지정 이후 울상인 일산동·서구를 뒤로하고 덕양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창릉신도시와 경계를 맞대고 있는 향동·원흥·삼송지구가 신도시 벨트를 형성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서다. 3기 신도시와 함께 신설되는 교통망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들 지역에서는 아파트 호가가 들썩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창릉신도시 교통망 대책으로 고양선(가칭)을 설치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고양선은 서울 지하철 6호선 새절역과 고양시청역 구간(14.5㎞)을 잇는 경전철 사업이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고양 덕양구는 교통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얻은 셈이다. 일산보다 서울까지 15㎞가량 가깝고 신도시 조성으로 기반시설이 풍부해지면 수혜를 입을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향동지구 내 ‘고양향동호반베르디움4단지’(2019년 7월 입주 예정) 전용 84㎡ 분양권은 최근 6억3320만원까지 올랐다. 최초 분양가는 4억5000만원대였고 올 초까지 6억원에 매물로 나오던 아파트다. 고양선과 현재 예비타당성 검토 단계에 있는 경의중앙선 향동역까지 확정되면 향동지구는 더블 역세권이 된다. 향동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거리상 서울과 붙어 있다시피 하지만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않았던 향동지구로서는 3기 신도시 덕분에 교통 호재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원흥동 ‘삼송마을15단지계룡리슈빌’ 전용 84㎡는 최근 호가가 5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올 초만 해도 5억원 초반대에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뜸했던 아파트다. ‘고양원흥동일스위트’ 전용 84㎡는 지난 5월 초 5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9월 4억6380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던 아파트다. 원흥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호가만으로 집값이 올랐다고 단정 지을 수 없고 실제로 착공·개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집주인들은 집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09호 (2019.05.22~2019.05.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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