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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미국의 '화웨이 거래 중단' 후폭풍··· 다국적 기업들, 공급망 검증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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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통신 업체 화웨이를 미국 시장에서 퇴출하는 공격적인 조처를 하는 가운데, 네트워킹 부문에서 중국 기술 사용에 따른 보안 영향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IT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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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 Images Bank

화웨이에 대한 미국 정부 조치의 근거는 단순하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은 미국에 대한 산업적, 정치적 스파이 활동을 해왔으므로, 화웨이 제품이 중요 정보를 중국으로 빼내지 않을 것임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웨이 거래 중단 조치가 나온 것은 불과 2주 전이지만 화웨이와 다른 중국 IT 업체에 대한 우려는 지난 수년간 계속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밀접한 관계, 그 자체는 의심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부사장이자 리서치 디렉터인 글랜 오도웰은 "이것은 단지 중국에서 기업을 하는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이것이 곧 이들 기업이 중국 정보기관의 일부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구나 화웨이가 중국 정보를 대신해 직접적 스파이 활동에 가담했다는 어떤 명백한 증거도 공개된 적이 없다. 많은 전문가가 이번 화웨이 제재가 '사실'보다는 '풍문'에 더 의존했다는 데 동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기업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단지 미국 내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거의 영향이 없다. 미국 통신 업체의 네트워크에서 화웨이의 위상은 이미 미미했고 그나마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델오로 그룹(Dell’Oro Group)의 시장점유율 자료를 보면, 화웨이의 북미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2% 정도다. 가트너의 선임 애널리스트 빌 매네즈는 "현재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통신업체는 지방의 작은 업체뿐이다. 미국 내에서는 이번 화웨이에 대한 조치가 큰 의미가 없다. 화웨이 핸드폰의 북미 점유율도 높지 않다"라고 말했다.

반면 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의 경우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화웨이의 사업 전략이 공격적인 저가 판매여서, 예산이 빠듯한 개발도상국 통신망 구축 프로젝트에서는 상당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파포인트 그룹(Farpoint Group)의 선임 크레이그 마티스는 "이번 화웨이에 대한 제재 이전에도 미국의 반덤핑 법안 때문에 통신 시장에서 화웨이의 저가 전략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덤핑 법안은 기업이 생산비 이하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러나 화웨이 제품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서 공공 모바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경우 그 다국적 기업은 이 네트워크의 기반이 되는 통신 장비를 정확히 누가 만들었는지 네트워크의 공급망을 조사해야 한다. 오도넬은 "단지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시스코 제품을 사용한다고 해서 중국산 기술의 영향권에서 벗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제 기업은 기존과 다른 수준에서 위험 관리를 해야 한다. 즉,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통신망을 사용하는 기업은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매네즈는 이런 문제를 피하는 방법으로 위성 통신을 제시했다. 신뢰할 수 없는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서비스 업체 계약에서 중국어를 사용할 경우 통신 스택내 어디서든 의심스러운 장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방법이 무엇이든 기업은 중국산 기술이 사용되는지 검증하는 별도의 방법을 확보해야 한다.

한편 전 세계 IT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이번 미국의 거래 중단 조치는 화웨이의 판매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ARM이나 슈퍼 마이크로 같은 핵심 파트너는 물론 구글 같은 기업도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마티스는 "화웨이가 기술 기반이 단단하고 제품이 가격경쟁력이 있지만 이번 사건은 화웨이의 평판에 큰 위기가 될 것이다. 화웨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혁신 기업이고, 이런 종류의 복잡한 제품을 만드는 기술력도 가지고 있지만, 많은 미국인이 이 기업을 의심한다면 아무도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ciokr@idg.co.kr

Jon Gold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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