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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단독]한샘 성폭행 가해자가 ‘고소 취하 종용’ 일방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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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성폭력 사건’ 재판…당사자 간 카톡 대화 보니

경향신문

피해자 이튿날 경찰 신고 후 대응 않자 6차례 메시지

취하 때까지 독촉 메시지 이어져 “회사 측 회유·압박”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 전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려고 일방적으로 연락을 취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이 가해자 박모씨(32)와 피해자 ㄱ씨 간 이뤄진 카카오톡 대화 전량과 ㄱ씨가 경찰 등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ㄱ씨는 사건 발생 다음날 경찰에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렸다. ㄱ씨는 성폭행 사건이 알려진 초기 ‘피해자답지 않다’ ‘꽃뱀이다’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권희 부장판사)는 박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가구업체 한샘 교육팀 직원이던 박씨는 2017년 1월14일 신입 여직원 ㄱ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은 증거조사를 하면서 ㄱ씨와 박씨가 나눈 사건 전후 카카오톡 대화 전량과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ㄱ씨는 2017년 11월 인터넷에 글을 올려 “입사 3일 만에 교육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박씨는 사건 발생 당일인 2017년 1월14일 ㄱ씨와 나눈 카톡 대화를 인터넷에 공개하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반박했다. “안피곤하냐옹”이라는 박씨의 물음에 “넹 괜찮은뎅ㅎㅎ”라고 쓴 ㄱ씨의 답 등을 두고 누리꾼들은 ㄱ씨에게 ‘피해자답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꽃뱀’ 등 피해자를 비난하는 악성 댓글도 달았다.

사건 발생 다음날인 15일 새벽 오전 1시39분 ㄱ씨는 알고 지내던 여성 경찰관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다. “어제 새벽 한샘 직원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연락했다. 바로 신고를 했어야 했지만 어찌할 줄 모르겠어서 너무 망설인 나머지 이제야 연락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채취가 시급하니 곧장 병원에 가라”는 조언에 따라 이날 오전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피해진술, 증거 채취 등 절차를 밟았다.

ㄱ씨는 이날부터 박씨 연락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박씨는 이날 ㄱ씨의 무응답에도 “살아계신가요” “뭔일 있으셔?” 등 6차례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2차례 전화도 걸었지만 ㄱ씨는 답하지 않았다.

ㄱ씨와 박씨의 대화는 20일부터 재개된다. “솔직히 나랑 연락하기 싫지?”(박씨), “아녀”(ㄱ씨)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검찰 측은 이 대화를 두고 “사회초년생은 약자이기 때문에 상관에게 최대한의 성의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면서 “박씨가 상급자이자 인사담당자였기 때문에 호의적으로 적당히 대응하며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대화를 했던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카톡을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통화 내역을 보면 박씨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로부터 일방적으로 온 부재중 전화·수신메시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날 검찰은 카톡 대화·통화 내역을 분석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카톡 내용은 사건이 발생한 2017년 1월14일 이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피해자의 말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피고인의 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4일 이후 피해자는 이성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문자를 보내지 않았다”고 봤다.

박씨는 고소 취하를 종용하려고 ㄱ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2월6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박씨는 “일단 합의서만 가져가고 낼 팩스로 신분증 보내면 된다”며 합의서를 달라고 독촉한다. 합의 독촉 메시지는 2월19일 고소 취하가 이뤄질 때까지 이어졌다.

ㄱ씨는 “회사 측 회유·압박으로 고소를 취하했다”며 지난해 3월 박씨를 재고소했다.

재판에서 박씨 측은 “피해자와 개인적인 카톡을 주고받으며 속칭 썸을 타는 사이였다”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피해자는 2017년 3월3일 이후 카톡을 탈퇴하고 박씨 연락을 받지 않았다. 정말 좋은 관계였다면 박씨의 카톡을 차단하고 숨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ㄱ씨는 지난해 5월 2차 가해성 댓글 3300여건을 단 누리꾼들도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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