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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특강법 개정 10년] 신상공개에도 못 본 고유정 얼굴…이번엔 ‘공개 방식’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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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옷으로 얼굴 가릴 수 없다지만…고개 숙이고 긴 머리로 가린 얼굴

-머그샷 공개 요구ㆍ형평성 논란 등 비판 가열

헤럴드경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6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나와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제주지방경찰청은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어 고씨의 얼굴, 실명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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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2008년 일어난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개정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특강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공식적으로 흉악범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대중에 공개하기 시작한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2010년 4월 15일 특례법 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이 개정되며 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을 법을 정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공개 기준이 마련된 이후로는 법 적용과 해석에 관한 논란이 주를 이뤘지만, 이번엔 공개 방식을 둘러싼 논란까지 불거졌다. 전 남편을 잔인하게 살해한 고유정(36)이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다.

제주도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 씨는 6일 처음으로 취재진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제주동부경찰서 진술녹화실에서 진실을 마치고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고 씨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고 씨의 얼굴 공개는 무산됐다. 고 씨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고개를 숙인 데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신상공개 결정에 따라 모자나 옷으로 얼굴을 가릴 수는 없었지만, 사실상 고 씨 스스로 포토라인 앞에서 얼굴 공개를 거부한 셈이다. 고 씨의 자세를 교정하거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 못하게 하는 제재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은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되면 언론에 노출될 때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개기준을 삼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의자의 자세를 교정하는 등 명시되지 않은 적극적 조치를 취할 경우 인권침해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

결국 공개된 고 씨의 모습은 검정색 티셔츠와 운동복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채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떠나는 실루엣 뿐이다. 고 씨는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자리를 피해 음성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고 씨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신상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앞서 이름과 나이 등 신상과 함께 얼굴까지 제대로 공개된 사례와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신상공개 결정이 났던 사례 중 고 씨처럼 긴 머리로 얼굴을 가려 볼 수 없는 전례는 없었다. 때문에 속칭 ‘머그샷’(체포된 범인을 경찰이 촬영한 사진)을 통해 얼굴을 제대로 공개하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계속되는 논란 속에 고 씨의 얼굴이 공개될 기회는 남아있다. 고 씨는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특강법 개정 이후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사례는 연 3명을 넘지 않았지만, 올해 연달아 발생한 강력사건으로 고 씨까지 총 3명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됐다. 앞서 공개된 두 명은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의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한 김다운(34)과 진주 아파트에서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한 안인득(42)이다.

현행법상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 기준은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강력범죄일 것’, ‘범행 증거가 충분할 것’, ‘국민의 알 권리와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것’, ‘범인이 미성년자가 아닐 것’ 등 크게 4가지다. 변호사, 정신과 의사, 교수 등 외부전문가 4명과 경찰 위원 3명이 참여하는 신상공개심의위에서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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