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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헌혈 위해 줄섰는데 헬기서 총 쏴” 전두환 재판서 당시 목격자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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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재판서 증인 6명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

세계일보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주변을 선회하는 헬기의 모습. 연합뉴스


전두환(88) 전 대통령의 사자(死者) 명예훼손 사건 3차 공판기일이 10일 광주지법 201호 형사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달 13일에 이어 5·18 민주화 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시민 6명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증인석에 오른 최윤춘(56)씨는 1980년 5월 광주간호원보조양성소에 다니며 광주기독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다고 회고했다.

응급실에서 실습하던 최씨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헌혈하려고 병원 정문에서 응급실 쪽으로 줄 선 시민을 향해 헬기 1대가 총을 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헬기가 낮게 날더니 ‘다다다다다’ 총소리가 났다”며 “맑은 날이었는데 마른 땅에 빗방울이 튀듯 바닥에 총알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며 헬기 사격을 명확하게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가운을 입고 긴급 환자를 이송하는 차에도 총을 쏘던 시절이었다”며 “헌혈하는 사람에게 헬기에서 총을 쏜 것이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총소리가 빈번했고 총상 환자가 넘쳐났다”며 덧붙였다.

세계일보

10일 광주지법에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 관련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정수만 전 5·18 유족회장이 재판부에 증거물로 제출할 군 기록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정수만(73) 전 5·18 유족회장도 이 자리에서 옛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가 있었던 1980년 5월21일 오후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회장은 “옛 전남매일신문사 앞쪽에 있다가 소강 상태가 지속하자 동명동 집에 가려고 남동과 서석초등학교 방면으로 갔다”며 “광천주조장 앞에서 사람이 1명 죽어 있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아울러 “군인들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며 “주변 목격자들에게 물어보니 차에 타고 있었는데 총을 맞고 뚝 떨어졌다더라”며 헬기 사격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아가 “다시 서석초 쪽으로 갔는데 공중에서 총소리가 났다”며 “‘땅땅땅, 땅땅땅’ 연발이 아니라 단발 소리였다”고 전했다.

더불어 “머리 위로 헬기가 빙빙 도는 것을 보고 뛰어서 나무 밑으로 들어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 전 회장은 이날 육군 항공대 상황일지와 전투병과 교육사령부(전교사) 보급지원 현황 자료, 계엄군의 진술 기록 등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아울러 육군 항공대가 전교사로부터 실탄을 재차 받아간 기록, 1980년 5월21일 오후 5시쯤 폭도 2명을 사살했다는 기록 등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당시 모두 31대의 항공기의 운항 기록이 10장밖에 되지 않는다며 군 차원의 은폐 가능성도 주장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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