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환 22년 만에 50년 동안 보장된 일국양제 하의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당하던 홍콩인 100만명이 9일 거리 시위에 나섰다. 출처: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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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중국으로의 반환 22년 동안 ‘일국양제(一國兩制)’ 하에서 조금씩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당하던 홍콩인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 앞에서 폭발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 유전자 안에 자유에 대한 갈망을 지닌 홍콩인 103만명이 지난 9일 밤 거리로 쏟아져 나와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초등학생에서 부모의 목말을 탄 어린아이까지 홍콩인 7명 가운데 1명이 ‘반송중(反送中)’ 피켓을 들고 거리 시위를 벌였다.
이는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로 지난 4일 톈안먼 사태 30주년 기념집회 때의 18만명을 압도하는 숫자다.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인 ‘우산혁명’ 때는 각각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홍콩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등 세계 12개 국가 29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홍콩 입법회는 오는 12일 법안을 표결할 예정이다. 홍콩인들은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이 중국 본토로 반체제 인사를 송환하는 데 악용되는 등 자유와 민주주의를 옥죌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홍콩은 중국으로 반환 이후에도 일국양제에 따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누려왔다. 중국 본토에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접속이 차단된 해외 인터넷 사이트도 홍콩에서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도 공연되는 등 홍콩에서 보장되던 자유가 경제적인 이유로 조금씩 중국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중국 관영언론은 홍콩의 시위와 혼란이 외국 세력에 의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을 통해 외국 세력이 홍콩에 혼란을 일으켜 중국을 해치려 한다고 밝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홍콩의 정상적인 입법 활동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의 부동산과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임금은 그대로인데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홍콩인들의 쌓인 분노가 범죄인 인도 법안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10대 홍콩인 안나 찬 와는 SCMP에 “오늘의 거리 시위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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