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후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의 범행 전후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제주 시내 마트 폐쇄회로(CC)TV에는 고씨가 흉기로 사용된 칼과 표백제, 고무장갑, 청소용솔, 먼지제거테이프 등 도구를 구입한 장면이 확인됐고, 인천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는 전 남편 강모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이 발견됐다. 고씨는 여전히 “수박을 자르는 중 남편과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과 전문가 모두 과거부터 치밀한 범행을 계획해온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고유정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이달 초 경기도 김포시 소각장에서 고씨의 전 남편 강모씨의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
◆ 바다부터 아파트 쓰레기장까지…여러 곳에 시신 나눠 유기한 고유정
10일 제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5일 인천시 서구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 강씨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발견해 유전자 검사 등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고씨는 지난달 29일 시신의 일부를 부친이 소유한 경기도 김포의 아파트에 가져가 이틀간 훼손 후 쓰레기 분류함에 버렸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통해 이를 확인했고, 쓰레기 이동경로를 추격해 인천의 재활용품업체에 경찰 인력과 탐지견을 동원해 뼛조각을 찾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고씨는 제주항 인근 바다에도 훼손된 시신 일부를 유기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종이상자와 스티로폼 상자에 담아 이틀 뒤 펜션을 빠져나왔다. 이어 사흘 뒤인 28일 제주항에서 완도행 여객선에 올라 훼손한 시신 일부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지를 7분간 바다에 던지는 장면이 여객선 CCTV에 포착됐다. 경찰은 현재 바다에 유기된 시신도 수색 중이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통화에서 “(시신을) 한곳이 아니고 분산해서 유기하는 것이 시신의 정체를 밝히는 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 거 같다”며 “바다에 일부를 유기하고 쓰레기로 또 나눠 버리면 수사기관이 피해자와 살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해 체계적으로 유기를 준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살해부터 수습까지 완벽범죄 계획했을 가능성 높아
고씨가 범행 전인 지난달 22일 11시쯤 제주시내의 한 마트에서 칼,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세수대아, 청소용솔, 먼지제거 테이프 등을 구매하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도 공개됐다. 영상에는 고씨가 카드로 물건들을 결제한 후 태연하게 휴대전화에 담긴 바코드로 포인트 적립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전 흉기와 청소용품을 구매한 것으로 미뤄 살해 후 시신 수습까지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고씨의 휴대전화에서도 ‘니코틴 치사량’, ‘살해도구’, ‘시신유기’ 등을 검색한 흔적이 발견했다. 박기남 제주 동부경찰서장은 9일 “고유정이 완벽범죄를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범죄자가 우발적이거나 감정적인 범행을 저지른 경우 현장의 도구나 흉기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라며 “고씨가 지속적으로 ‘우발적 범행이었다’ ‘전남편의 성폭행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주변의 비난을 최소화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고씨의 범행을 보면 어떻게 (전 남편을) 유인하고, 어떻게 (범행을) 실행하고, 어떻게 빠져나가고, 어떻게 수습할지를 고려한 계획범죄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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