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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100만 시위에 놀란 중국 “서구와 결탁한 음모”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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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9일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대규모 시위행진을 벌이고 있다. 범죄인의 중국 송환을 허용하는 이 법안을 규탄하는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100만 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했다. 이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 벌인 시위 가운데 최대 규모다. 홍콩=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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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에 맞서 중국이 “서구 세력과 결탁한 반대파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100만명이 운집한 사상 최대 규모로 시위가 확산되자 음모론을 덧씌워 맞불을 놓은 셈이다. 온오프라인에서 각종 통제 수단을 동원해 지난 4일 톈안먼(天安門) 사태 30주년은 조용히 넘겼지만, 홍콩의 민심이 폭발해 허를 찔리면서 중국 정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10일 “법안에 반대하는 급진 세력이 지난 3월과 5월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을 다녀왔다”면서 “이후 외세의 개입을 등에 업고 시민들을 동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무역전쟁 와중에 미국이 치졸하게 홍콩을 대중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몰아세우며 시위대가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판했다. 차이나데일리는 “모종의 외국 세력이 홍콩에 대혼란을 일으켜 중국을 해치려는 전략을 추진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가세했다.

중국은 “본토에서 살인죄를 저지르고 홍콩으로 도주한 범죄인을 방치하라는 말이냐”며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은 37개 범죄에 한해 홍콩이 중국 등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반면 홍콩 시민들은 “정치범이나 인권 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보내는 데 악용돼 홍콩의 독립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9일 홍콩에서는 1997년 중국 반환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렸다. 주최측은 103만명, 경찰은 24만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2003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경찰의 최루액에 우산을 들고 저항했던 ‘우산 혁명’ 당시 최대 50만명이 참가한 것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다. 뉴욕타임스는 “5년 전 우산 혁명 실패 이후 중국 공산당은 홍콩에 노골적으로 간섭해 왔다”며 “시민들은 자유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분노를 거리로 뛰쳐나가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맞서 중국 측은 “법안 개정에 찬성하는 서명자가 73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홍콩 인구가 740만명가량인 점에 비춰 7명 가운데 한 명은 시위에 참가했고, 10명 가운데 한 명은 시위에 반대한 셈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홍콩이 둘로 나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시민들도 연대 시위로 자유를 갈구하는 행렬에 동참했다. 미국 워싱턴, 캐나다 토론토, 독일 베를린,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등 12개 국가 29개 도시에서 9일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시위가 동시에 열렸다.
한국일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시위 다음날인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예정대로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표결을 강행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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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홍콩 당국은 대규모 시위에 아랑곳없이 12일로 예정된 법안 표결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AFP 등 외신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10일 “법안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면서 “정의를 수호하고 국경을 초월한 범죄와 국가적 범죄에 있어 홍콩이 국제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매우 중요한 법안”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어떤 외부세력도 홍콩의 입법 활동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법안 개정을 지지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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