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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슈 게임정책과 업계 현황

e스포츠 키웠는데…“게임중독은 질병” 유탄 맞은 지자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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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도시’ 경기·대전·부산

전용 경기장, 대회 유치했지만

WHO 질병 규정에 전략 고민

“정부 부처 입장 달라 더 혼선”

중앙일보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게임도시를 표방하던 지자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작년 부산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지스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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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게임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려던 지자체로선 ‘예상 밖의 복병’을 만난 격이다.

특히 ‘게임의 메카’를 꿈꾸던 경기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도는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등에 게임업체 2500여 개가 등록돼 있다. 종사자만 2만여 명, 총매출이 5조2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게임업계 전체 매출 10조8000억원의 절반에 이른다.

경기도는 지난 4월 2022년까지 ▶중소 게임기업 집중지원 ▶e스포츠 육성 ▶마이스(MICE) 산업과 연계한 산업생태계 활성화 등 3개 분야에 533억원을 투자해 게임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번 투자로 신규 일자리 600개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460억원대 지원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함에 따라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조광근 경기도 콘텐츠지원팀장은 10일 중앙일보와 만나 “콘텐트 지원 업무를 맡은 지 1년6개월쯤 됐지만 요즘처럼 혼란스러운 적은 없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가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고, 해법을 찾겠다는 국무조정실은 아직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며 “게임 회사들도 혼란스러워한다. 지원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지만 이제까지 고려하지 못한 중독 예방 면에서 도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게임도시를 표방하던 지자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작년 부산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지스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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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분야에 적극 투자하던 대전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대전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유성구 엑스포과학공원 내 첨단과학관을 리모델링해 2927㎡ 규모의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모한 ‘e스포츠 상설경기장 구축사업’에 선정돼 추진되는 프로젝트다. 국비 30억원, 시비 40억원, 민간 자본 40억원 등 모두 110억원이 투입된다. 이와 함께 대전시는 ‘2019년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를 유치해 오는 8월 17~18일 전국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져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전국대회는 물론 게임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경목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직무대행은 “게임은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인 여가 문화”라며 “치매 예방을 위한 기능성 게임, 실감 체감형 스포츠게임 등 대전에서 특화한 게임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 국내 최대의 글로벌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G-STAR)’를 개최하는 부산시도 된서리를 맞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지스타 유치 후 부산에서는 10년 만에 게임업체가 24개에서 120개로 늘어났다.

송종홍 부산시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최근 게임업체 대표들을 만났더니 ‘최첨단 정보산업 종사자에서 질병 유발물질을 만드는 사람으로 전락했다’고 낙심이 크더라”며 “현장의 의견을 취합해 중앙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장들은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게임중독이라는 의미가 질병으로 규정해야 할 사안인지 사회적 운동을 통해 건강한 환경을 갖도록 해야 하는지 의아하다”면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제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게임의 중독성을 인정하면서도 게임산업 육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지사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한 부작용 때문에 해당 산업 전체를 불온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게임산업 지원을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수원·부산=김방현·최은경·이은지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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