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범죄인 인도 조례 표결을 강행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중국 정부 홈페이지 |
홍콩 정부가 대규모 반대 시위에도 ‘범죄인 인도 조례’ 추진을 강행하자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파업 등 연대 투쟁에 나섰다. 12일 입법회에서 이뤄질 2차 심의를 앞두고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홍콩 범민주파 입법회 의원 24명은 11일 공동성명에서 조례 추진을 강행하기로 한 데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조례 철회를 요구했다고 명보가 보도했다. 의원들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과거 어느 때보다 민의를 무시하는 정도가 심각하다”며 “캐리 람은 격렬한 항쟁과 거대한 민심의 분노, 사회적 불안을 촉발시킨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범죄인 인도 조례를 즉각 철회하거나 캐리 람 행정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범민주파 의원들은 이날 내부 회의를 열고 12일 ‘범죄인 인도 조례’ 추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입법회 측은 범민주파 의원 등의 반발에 대비해 12일 보안을 강화하고 사다리 등 일부 물품에 대한 반입을 금지했다.
시민단체 ‘민간인권전선’ 측은 12일 입법회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일부 시민들은 11일 저녁부터 철야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홍콩 노동운동단체들 등은 연대 파업을 벌이고 조례 저지 시위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홍콩이공대학 학생회 등도 학생들에게 동맹휴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장난감 전문점인 샐리즈 토이, 젠산(見山)서점, 마이 리틀 커피·AG커피 홍콩 내 100여 개 기업과 점포 등도 12일 하루 동안 영업을 중단하고 입법 저지 시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회 구성상 입법을 저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홍콩 입법회 의석은 총 70석으로 지역구 의석 35석, 직능대표 의석 35석으로 구성된다. 직능대표 의석은 친중파가 대부분 장악하고 있고 지역구 의석도 친중파 18석, 범민주파 16석으로 친중파가 더 많다. 나머지 1석은 공석이다.
‘범죄인 인도 조례’는 중국과 대만 등 현재 미체결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환 이전 채택된 기존 법안에는 중국 본토가 빠져 있었다. 홍콩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금서를 판 혐의로 중국 당국에 강제 구금됐던 2015년 홍콩 출판업자 사건이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 시민들이 지난 9일 도심에서 ‘범죄인 인도 조례’에 반대하며 대규모 시위를 하고 있다. 홍콩|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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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9일에는 홍콩 시내에서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주최 측 추산 103만명(경찰 추산 24만명)이 참여했다. 103만명은 홍콩 전체 인구(744만명)의 7분의 1에 해당한다.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다.
홍콩의 범죄인 인도 조례 문제는 미·중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0일(현지시간) 홍콩의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홍콩 정부가 제안한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홍콩에서 수십만명이 벌인 평화시위는 이 법안에 대한 대중의 반대를 분명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나라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면서 “중국은 미국의 무책임하고 잘못된 발언에 대해 강한 불만과 표시한다”고 했다. 또 조례 수정과 관련해 사회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고 관련 건의에 대해 두 차례의 조정을 통해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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