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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52억 기금 횡령에 룸살롱 ‘법카’ 지출…휘문고 전 이사장 징역형 법정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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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낸 52억 학교발전기금

어머니의 횡령에도 ‘방조’

룸살롱·성묘비용 등에 법인카드 사용



한겨레

서울 강남의 휘문중·고를 운영하는 휘문의숙의 전 이사장 민인기씨가 50억대 학교 기금 횡령을 방조하고 사학 운영비를 유흥에 쓴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민씨의 모친이자 휘문의숙 명예 이사장인 김옥배씨는 횡령한 수십억 기금을 사적으로 쓴 혐의를 받았지만 지난해 1월 재판 진행 중 사망해 공소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씨와 휘문고 행정실장 박아무개씨 등에 대한 선고 기일을 12일 열었다. 재판부는 민 전 이사장에게 징역 3년을, 사학의 회계 업무를 총괄한 박씨에게는 징역 4년형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민씨가 이사장으로서 권한을 적절히 행사했다면 이 사태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사장으로서 의무를 게을리 해 사건의 본질적 원인을 유발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휘문의숙 이사장을 역임한 김옥배씨는 2006년 아들인 민씨가 이사장 자리를 이어받은 뒤에도 명예 이사장을 맡아 사학 업무에 관여했다. 그는 지난 2017년까지 행정실장 박씨를 통해 대형교회인 우리들교회가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낸 52억 7500만원을 전달 받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았다. 우리들교회는 김씨가 이사장이던 시절부터 학교 시설을 임대해왔는데, 김씨는 해임 후에도 교회 임대 허가권을 가지고 있었다.

민씨는 “어머니의 횡령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민씨가 횡령을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사실상 이사장 역할을 지배했지만 민씨는 김씨를 제지하지 않았다. 민씨도 김씨가 교회에서 금원을 수수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민씨는 횡령 가액을 구체적으로 몰랐을 뿐 인식은 하고 있던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씨에게 금원을 전달한 박씨에 대해서도 “35년간 휘문의숙에서 일해오면서 횡령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했다”고 짚었다.

민씨가 유흥이나 제수비용, 성묘 비용을 사학 법인으로 회계처리를 한 점도 유죄로 인정됐다. 그는 2014년부터 약 3년간 단란주점과 룸살롱 등에서 모두 926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증조부인 민영휘씨 등 제사와 묘지 보수, 성묘 비용도 휘문의숙 회계로 처리해 33회에 걸쳐 3400만원 가량을 썼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사장으로서의 임무에 위배되는 유용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휘문의숙 소유의 부동산을 임대한 휘문아파트관리 주식회사 대표 신아무개씨는 87억 보증금 횡령으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신씨는 휘문의숙으로부터 보증금 20억에 연간 임차료 21억을 내고 서울 강남에 소재한 더블유(W) 타워를 재임대하는 영업을 해 왔다. 그러나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임차인 약 120명의 보증금을 인출한 혐의를 받았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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