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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CEO 인사이트] 룰루레몬 창업자의 超타기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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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콘도 회원권을 가지고 있고 여행과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에 집중했다. 33세, 31세 여성도 아니었다."

요즘 미국에서 잘나가는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의 데니스 칩 윌슨 창업자가 지난해 말 CNN과 인터뷰하면서 강조한 말이다.

주요 고객층을 정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이지만 특정 나이와 직업, 취향을 콕 집어 공략하는 초(超)타기팅 전략은 이례적이다. 윌슨은 이들을 '슈퍼 걸(super girl)'이라고 불렀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요가 팬츠 하나를 100달러 넘게 판매했는데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면서 룰루레몬은 '요가복의 샤넬'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는 대학 졸업 이후 18년간 운동복 판매 회사를 경영했다. 그러다가 요가를 배우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요가복이 땀을 흡수하지 못하고 동작에 방해가 된다는 문제의식이 출발점이었다. 그는 1998년 기존 회사를 매각한 돈으로 룰루레몬을 설립했고 기능성 요가복 개발에 나섰다. 나이키 같은 공룡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초타기팅과 더불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지역 동호회 마케팅을 펼쳤다.

이에 힘입어 룰루레몬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창업 10년 만인 2008년 매출이 3억5000만달러에 달했고 지난해 32억달러를 돌파했다. 2007년 미국과 캐나다 증시에 상장하며 그는 억만장자가 됐다. 하지만 뚱뚱한 여성을 비하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3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고 2015년 회사를 떠나 지금은 9% 지분을 보유한 주주일 뿐이다.

현재 룰루레몬은 초타기팅 전략을 쓰지 않는다. 32세 전문직 여성을 위한 요가복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웨어를 내놓고 있다. 아직까지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고객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계속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윌슨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시기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는데 회사에 관료주의가 생기면서 숨이 막혔다.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은 창의성과 거리가 멀고 미래로도 갈 수 없다."

기업 경영에서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사고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는 말이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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