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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매경포럼] 美·中 패권전쟁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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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었다."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말년에 과거를 회고하면서 급성장한 중국에 대해 괴물이라고 표현하며 털어놓은 속내다. 닉슨은 1970년대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과 함께 중국의 개혁·개방을 주도한 인물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과 소련 간 양극 체제에서 소련을 견제할 중국을 자본주의로 유도하고 적어도 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과 수교 40년이 되기도 전에 이미 구매력(PPP) 기준 국내총생산에서 미국을 앞섰다. 중국 국민이 느끼는 실질적인 경제력이 미국보다 크다는 얘기다.

급기야 미국은 불안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최근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이 초강대국이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표시한 것이다. 최근 무역 불균형을 해소한다며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특히 현대판 무력전쟁을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바로 사이버전쟁이 대표적이다. 미국 내 금융시장에 중국 해커가 들어오면 그 혼란은 상상만 해도 엄청나다. 금융시장이 마비되면 뱅크런은 물론 대공황도 피하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인 화웨이를 못살게 구는 이유다.

명분은 무역 불균형이었지만 기술 추격과 그에 따른 안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과거 10년간 미국의 중국에 대한 무역 적자 규모는 3조달러를 웃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도용 규모도 10년 동안 1조23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첨단기술 고도화 여파로 중국을 더 세게 견제할 수밖에 없다. 과거 소련이나 일본은 미국을 앞서가려다 호되게 혼이 났다. 소련은 자체 붕괴로 결론 났고 일본은 엔화가치의 인위적 상승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맞는다.

미국은 그런 식으로 중국의 기세를 꺾을 태세다.

문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지경이란 점이다. 당사자는 한국이다. 과거 3차 산업혁명기 기술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기에 수혜를 보던 우리 기업들이 이젠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같은 악몽이 재연될 판이다.

여기까지만 해도 다행이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무력전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에 따르면 최근 600년 동안 16번 강대국 간 대립에서 12번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졌다.

최근 무역전쟁은 기술냉전에서 비롯된 패권다툼의 한 양상이다. 인공지능과 로봇 , 차세대 통신기술의 결합으로 가공할 만한 무기가 등장하면서 가열되고 있는 양국 간 기술냉전이 본질이다. 다양한 형태로 확전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어느 편 손을 들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내공을 쌓아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외부에서 힘을 쏟는 건 바로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장 내년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스스로 도용당했다는 재산권을 보상받으려고 할 것이다. 무역적자 때문에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도 찾으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제시한 '중국몽'을 실현해 5000년 역사를 잇는 세계 중심국가로 다시 등장할 계획이다. 미·중 갈등은 두 강대국 간 문명 충돌이고 이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기술냉전에서 비롯된 미·중 간 패권다툼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역시 기술혁신이 필수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의 혁신도 중요하다. 기득권 세력과의 갈등구조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는 도입되기 난망이다. 승차공유 서비스 도입도 택시기사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은 알리페이 유니언페이 등으로 핀테크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우리는 각종 규제와 제도적 걸림돌 때문에 걸음마 수준이다.

일개 국가 노력만으로 패권다툼에서 비켜나기 힘들다. 새로운 형태의 중견국 연합이 필요하다. 호주나 러시아는 물론 일본과 아세안 주요국 간 협력이 중요하다.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라 북극항로가 열리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을 고민할 때다.

[김명수 지식부장 겸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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