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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집값 13% 올랐다면서, 공시가는 25% 올려…`이상한 계산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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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 통계 극과 극 ◆

매일경제

집값 통계에 사용되는 거래가격 표본을 고르는 방식과 공시가격을 평가하는 산정 방법은 기본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지만 양쪽 상승률을 비교하면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온다.

문재인정부 들어 2년간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은 25%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가격 동향지수는 10% 오르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국토교통부) 통제 아래 있는 한국감정원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은 확 끌어올리고, 주택 소비자 구매심리를 좌우하는 거래가격 동향은 의도적으로 누른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국감정원이 독점적 권한을 가지고 산정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최근 2년간 가파르게 올랐다. 2018년 서울 공동주택(아파트·연립·빌라 포함) 공시가격은 10.19% 상승했고, 올해 공시가격은 14.02% 급등했다. 2년 동안 25.6% 오른 셈이다. 2017년 1월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총합이 100이었다면 올해 1월에는 125.6까지 커졌다는 얘기다.

당초 정부와 감정원은 "집값이 오른 만큼 공시가격을 올리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그런데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같은 기간 10.3% 오르는 데 그쳤다. 매년 1월 가격 기준인 공시가격과 시점을 맞추기 위해 2017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가격 동향을 비교해도 13.0%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한국감정원의 어떤 통계를 쓰더라도 최근 2년 새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보다 공시가격은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공시가격을 실제 집값이 뛴 만큼 올리겠다"고 공언했던 김현미 국토부 장관 말이 사실이라면 감정원의 집값 상승률이 실제 상승률보다 축소됐거나 공시가격이 집값 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매겨졌거나 둘 중 하나다.

한국감정원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독점 생산하는 기관일 뿐 아니라 통계청이 인정하는 부동산 분야 국가 승인 통계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체 아파트를 대상으로 수집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모집단이고 아파트 가격 동향은 표본통계 격인데 모집단과 표본통계의 차이가 이렇게까지 벌어지는 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감정원은 표본숫자와 산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두 가격 변동률에 격차가 생겼다고 해명했다. 공시가격은 전국 주택 1339만가구(공동주택 1000만가구 포함)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주택가격 동향은 전국 2만3000여 개(아파트 8800여 개 포함) 표본을 가지고 산정한다. 공시가격 변동률은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을 모두 더해 시가총액을 비교하는 총액변동 방식으로 구하는데, 주택가격 동향은 기하평균 기반의 제번스지수 방식을 따른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총액 변동 방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기하평균 산정 방식을 쓰는 주택가격 동향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의 변동폭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며 "2018년 고가 주택이 중저가 주택에 비해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두 가격의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감정원 설명대로라면 시세 12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 정부가 급격한 현실화를 꾀한 점도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아파트값 차이가 벌어진 이유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시세 12억원 초과 주택 중에서 그간 공시가격과 시세와의 격차가 컸던 일부 주택에 대해 현실화율을 개선했고, 전체의 91.9%에 달하는 시세 6억원 이하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상대적으로 더 낮게 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한국감정원의 이런 해명을 종합해보면 세수 확보와 집값 잡기 일환으로 공시가격이라는 '칼'을 휘둘렀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 손으로는 고가 주택이 올랐으니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며 공시가격을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서울 아파트값이 잡혔다며 완만한 주택가격 상승세 통계를 내놓은 '아이러니'가 벌어진 셈이다.

[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 손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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