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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모던을 입힌 아세안패션…유럽서 완판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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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아세안 위크 패션쇼`에 참여하는 패션 디자이너 파이루즈 람단 씨(오른쪽)와 폴 디렉 씨가 13일 무대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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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패션이라고 하면 전통 의상 이미지가 강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선하고 현대적(모던)인 의상이 대세이고 패션 코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새로운 아세안을 만나보세요."

말레이시아 패션 디자이너인 파이루즈 람단 씨가 익살스러운 코끼리 등 '도시 속 정글'이라는 주제로 표현주의적 관점에서 직접 디자인한 하늘색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태국 패션 디자이너인 폴 디렉 씨는 올해 패션계 유행인 청재킷에 청바지를 입고 '청청패션'으로 등장했다. 지난 13일 만난 이들은 15일 한국과 아세안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한·아세안센터(사무총장 이혁) 주최로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아세안 위크(ASEAN Week 2019)'의 패션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파이루즈 람단 씨는 전통 의상인 '바틱(Batik)'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의상을 선보인다. 바틱은 다채로운 패턴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무늬들을 수놓는 염색 기법을 말한다.

그는 고루한 패턴과 색감 때문에 문화 아이콘인데도 젊은 사람들에게 잊힌 바틱을 부활시키겠다는 각오로 자신의 브랜드에 접목했다. 그는 앙증맞은 곰 캐릭터를 다채로운 바틱으로 채운 뒤 자신의 이름 알파벳 앞글자를 딴 'FR'를 새겨 로고를 만들고 남성·여성 캐주얼 라인을 론칭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바틱 셔츠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있는 황토색 계통 광택이 나는 소재인데 그는 자신의 의상에 발랄한 '팝 아트'를 연상케 하는 무늬에 '네온 컬러'로 불리는 형광을 과감하게 쓰기도 한다. 파이루즈 람단 씨는 "현대적인 바틱이 점점 대중화되면서 밀레니얼뿐만 아니라 최근엔 어린이들도 입는다"고 소개했다.

폴 디렉 씨 역시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스트리트 패션으로 무대를 빛낸다. 검은색 등 기본 색상의 넉넉한 오버핏 의상이 많은데 재킷처럼 걸치거나 스카프처럼 어깨에 두르는 등 한 가지 이상의 연출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태국이라고 하면 전통 의상 이미지가 강하지만 유행에 가장 민감한 스트리트 패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태국 디자이너도 전통 그 이상의 현대적인 패션을 내놓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상업적 관점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그의 의상은 태국 젊은 연예인들이 즐겨 입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그는 "요즘 한류에 영향을 받은 태국 밀레니얼 열에 아홉은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을 따라한다"고 소개하면서 "패션에 특정 시즌을 휩쓰는 트렌드가 있지만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영감을 얻어 나만의 독창성을 끄집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던'을 장착한 아세안 패션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패션의 메카 중 하나인 프랑스 파리 등 유럽에서 인정을 받는 아세안의 젊은 디자이너가 늘고 있고 이들이 대표적이다. 2015년 메르세데스-벤츠 스타일로 패션 어워드에서 베스트 디자이너상을 받은 파이루즈 람단 씨는 같은 해 파리 패션쇼에서 바틱을 모티브로 여성 컬렉션을 선보인 결과 그의 의상은 런웨이가 끝나기 무섭게 모두 판매됐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었다.

엘르 패션위크와 오스트리아 빈 패션위크에 참가한 폴 디렉 씨는 영국 런던, 파리 등 유럽 30·40대 직장인을 '충성 고객'으로 확보해 매년 정기적으로 주문을 받고 있다. 그는 "3~4년 전 참석한 유럽 패션쇼에서 환경에 유해한 폴리에스테르와 나일론 같은 합성섬유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바로 환경 이슈에 민감한 고객들을 고려해 마(麻) 등 친환경 원단으로 갈아탔다"며 "유럽에서는 지속가능한 소재로 만든 '에코(eco)' 패션이 젊은 층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패션업계는 아세안을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성장세가 놀랍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폴 디렉 씨는 "패션은 경제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경제가 매년 6~7% 성장하는 베트남에서 열리는 국제 패션쇼에 가면 굉장히 많은 신진 디자이너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선 정부와 패션 관련 단체들이 디자이너가 패션쇼에서 선보인 의상이 실제 판매로 이어질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파이루즈 람단 씨는 "바틱과 같은 전통 문화는 아세안을 형성하는 정신적 근간이 되고 있다"며 "아세안 디자이너들이 전통 문화에 미래의 감성을 담아낸다면 서양 패션과 차별화하는 강점을 갖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아세안 위크 패션쇼 무대에는 파이루즈 람단 씨와 폴 디렉 씨를 비롯해 아세안 10개국을 대표하는 10명의 스타 디자이너가 만든 현대적이면서 창의적인 의상 총 90벌이 오를 예정이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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