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시신 없는 살인 사건’될까…’직접 증거’ 시신 수습 총력전
②고유정, ‘붕대 감은 오른손’ 증거보전…‘우발’ VS ‘계획’ 공방
③의붓아들 질식사도 고유정 범행?…초동수사 부실 논란
법조계 "살인 혐의 유·무죄 싸움보단 양형이 핵심"
‘제주 전(前) 남편 살인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지만 현 남편 A(37)씨가 고유정(36)을 4세 아들 살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유정의 연쇄살인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전 남편 강모(36)씨 사건도 고유정이 시신 유기 장소나 정확한 범행 수법과 동기에 대해선 여전히 함구해 사건의 전모는 아직 미궁에 빠져있다. 사건 발생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강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아 자칫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이 될 가능성도 나온다. 또 경찰은 ‘계획 범죄’라고 밝혔지만, 고유정은 '성폭행을 피하려다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도 예상된다.
수사당국은 △전 남편 강씨의 시신 수습 △고유정의 범죄 동기 규명 △ 고유정 의붓 아들의 정확한 사인 규명 등 3가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 6일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 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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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 없는 살인 사건'되나 ...신고 보상금까지 내건 경찰, 수색에 총력
경찰은 고유정이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21일이 지난 15일 현재까지 강씨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일 인천 서구의 한 재활용업체에서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뼛조각은 강씨의 것이 아니라 ‘미상의 동물 뼈’라는 답을 받았다. 범행 현장인 펜션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114수는 유전자(DNA) 분석이 불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2일에는 전남 완도에서 시신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해경이 사흘째 수색에 나섰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다. 경찰은 14일에도 인천 서구의 같은 재활용업체에서 박스 2개 분량의 뼛조각을 추가로 확보해, 국과수에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 하지만 이 역시 500도~600도의 고열로 처리된 것이라 DNA가 발견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명백한 증거인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DNA 채취도 어려워지면서 자칫 수사가 장기화할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 상황만 본다면 ‘시신 없는 살인사건'이 될 개연성도 있어 수사 당국이 직접 증거인 시신 없이 살인 혐의를 입증해야할 상황이 올수도 있다.
경찰과 검찰 모두 고유정이 살인 등 혐의를 인정했고 흉기에서 피해자의 DNA가 나온 만큼 기소와 혐의 입증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유정이 법정에서 진술을 뒤집고 살인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36)는 "시신을 제외하고서라도 다른 물증들이 있다면 유무죄 싸움이 될 가능성은 작다"며 "문제는 양형을 다투는 과정에서 시신처럼 결정적 증거가 없는 것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신 수색에는 해경까지 나섰다. 해경은 경비정과 구조정 등 6척과 잠수부 등을 투입해, 고유정이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버린 제주~완도 해상을 수색 중이다. 전남 완도경찰서 역시 헬기 1대와 경력 100여명을 동원해 해안가를 살피고 있다. 경찰은 '변사체를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내고, 최대 500만원의 신고보상금도 내걸었다.
◇고유정, '붕대감은 오른손'으로 반격하나…"계획 범죄" VS "우발범죄"
경찰은 지난 1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유정의 계획 범죄'라고 결론지었다. 고유정은 범행 보름 전부터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등을 인터넷에서 여러 차례 검색했고,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고유정은 또 범행 사흘 전부터 제주시의 마트에서 흉기를 비롯해 범행 현장을 청소하는 데 쓸 표백제, 베이킹파우더, 고무장갑, 세제 등을 샀다.
하지만 고유정은 일관되게 우발적 범죄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이 덮치려 해 수박을 썰기 위해 손에 들고 있던 흉기를 한두 차례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또한 펜션에서 퇴실한 지난달 27일 오후엔 이미 숨진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취업도 해야 하니 (성폭행 혐의로) 고소하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피해자가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의도로 추정된다.
고유정은 그러면서 최근엔 범행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의 오른손에 대해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성폭행을 시도하는 전 남편에게 대항하는 과정에서 오른손이 다쳤다는 것을 향후 검찰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입증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도 계획범죄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구체적인 범행방법 등을 규명해 고유정의 '우발 범행' 주장을 반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고유정이 피해자 강씨에게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어떻게 투약했는지 분석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나 수법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향후 법정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살인죄라도 우발적 범행과 계획 범죄는 양형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변사체를 찾습니다'라는 공고를 신고보상금도 최대 500만원으로 정했다. /제주동부경찰서 |
◇4세 의붓아들은 왜 숨졌나…현 남편 "경찰 초동수사 부실"
현 남편 A씨가 제주지검에 자신의 아들인 B(4)군을 고유정이 살해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경찰이 B군 사망 사건에 대한 의문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나섰다.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쯤 청주시 용담동 A씨 아파트 안방 침대에서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B군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했고, 타살 혐의점도 찾지 못했다. 고유정은 당시 경찰조사에서 "감기에 걸려 다른 방에서 자고 있어서 아이가 어떻게 숨졌는지 모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고유정이 B군이 숨지기 4개월 전 수면제인 졸피뎀을 구입했고,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 점 등이 확인되면서 단순 질식사가 아니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A씨는 최근 언론인터뷰에서 "고유정은 아들이 집에 오기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을 이유로 각방을 쓰겠다고 했다"며 "아들의 사망 전날, 그날 따라 내가 깊이 잠이 든 것에 의문점이 있었다"고 했다. 고유정이 당시 A씨에게 졸피뎀을 몰래 먹인 뒤 B군을 숨지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상당경찰서는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A씨의 체모를 채취해 감정한 결과 A씨에게선 졸피뎀 성분은 나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고유정이 A씨에게 몰래 졸피뎀을 먹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고유정에 대한 대면조사는 두 달이 지나서 한 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A씨는 "방만 달랐지 같은 공간에서 잤던 고유정에 대해선 지금까지 딱 한번, 참고인으로 조사한 15분이 전부"라고 했다. 청주상당서 측은 이에 대해 "국과수로부터 A군에 대한 부검 결과 ‘질식사’라는 소견을 받고 조사를 진행했다"며 "아무런 근거 없이 고유정을 수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지난달 29일 피의자 고유정이 인천의 한 가게에서 시신 훼손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방진복, 덧신 등을 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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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냈지만, 청주상당서가 계속 담당하기로 했다. 경찰은 고유정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을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해 남편과의 통화기록, 병원 처방 내용 등을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 발생한 지 석 달이 넘게 지나 경찰 수사로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주상당서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인 만큼 철저히 수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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