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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36)의 범행 동기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정황이 포착, 범행 동기와 관련해 그 복잡한 퍼즐이 하나씩 맞춰지고 있다.
1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씨는 전 남편인 강모(36) 씨를 살해하기에 앞서 지난달 18일 본인의 차를 타고 배편으로 제주에 들어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와 함께 제주시 내 한 놀이방을 찾았다.
고씨는 놀이방 방문기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아들의 이름을 실제 성씨와 다르게 적었다. 전 남편의 아들인 만큼 실제 성씨는 '강씨'지만 현재 남편의 성씨인 'H씨'로 바꿔 적은 것이다.
전 남편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현 남편의 아들로 만들고 싶은 심리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전 남편의 아이를 현 남편의 아들로 바꾸기 위해서는 전 남편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전 남편은 소송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얻으려 오랜 기간 노력하는 등 아들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만큼 이를 쉽게 동의해주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고씨의 이 같은 행동은 굉장히 중요한 범행 동기로 볼 여지가 있다"며 "범행 동기가 바로 범행 당시의 정신상태인데, 범행 전후 피의자의 사고 흐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크게 두 가지 범행 동기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전 남편에게 뺏길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지고, 둘째 만약 고유정이 현 남편의 아들을 죽였다고 한다면 그 빈자리를 전 남편의 아이로 채우려는 의도도 읽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고유정이 생각하는 가족은 현 남편과 전 남편의 자식, 그리고 자신 이렇게 3인 가족이어야 완벽한 가족공동체라고 마음대로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고씨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로는 보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열린 '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최종 수사브리핑에서 범행 동기에 대해 "고씨가 전 남편인 피해자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재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며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이 범행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경계성 성격 장애 등 일부 정신 문제가 관찰되지만, 진단 기록도 없는 등 정신질환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고씨의 상태를 '경계성 성격 장애'라 주장했던 이 교수는 "경찰이 말하는 정신질환이라는 것은 대부분 '조현병'이다. (고씨가) 현실판단 능력에 문제가 있을 만큼 주요한 정신병이 없었던 것일 뿐 성격 장애도 넓은 범주의 정신질환에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반인 중에도 성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성격 장애가 형량을 낮추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정신적 질환이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 유기, 사체은닉이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8시∼9시 16분 사이에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27일 밤 펜션에서 퇴실하기 전까지 피해자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간 뒤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명의의 아파트로 이동, 해상과 육상에서 시신을 유기했다.
고씨는 체포 당시부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과 자녀의 첫 면접교섭일이 지정된 다음 날부터 보름간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고씨가 제주에 오기 전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고 제주에 온 뒤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구매한 점, 범행 전 범행 관련 단어를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차량을 제주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돌아간 점 등을 계획적 범죄의 근거로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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