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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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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1인 1개소법은 시대착오적…의료 첨단화진료비 합리화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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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 제약 사라진 진료 시대

의사가 한 곳에 있는 건 무의미

네트워크병원의 장점 살려줘야

인터뷰 고광욱 유디 대표 지난 5월 30일 대법원이 내린 한 판결로 일명 ‘1인 1개소법’(의료법 제33조 8항)이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판결은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내린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이 부당하다는 것이 골자다. 일각에선 상고심 결과가 현재 계류 중인 1인 1개소법 위헌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인 1개소법 탄생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디’의 고광욱 대표에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중앙일보

유디 고광욱 대표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1인 1개소법의 실효성을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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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고심의 맥락에 관해 설명한다면.

“소송의 핵심 쟁점은 1인 1개소법 위반 시 해당 기간 이뤄진 건강보험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수가)로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 있는지다. 1인 1개소법은 의료인이 한 개의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하도록 한 것(중복개설 금지)을 말한다. 결론은 1인 1개소법 위반 여부와 환수는 무관하다는 거다. 대법원이 1인 1개소법 위반을 반사회적인 행위나 해악을 끼치는 경우로 보지 않았단 의미다.”

- 그렇게 받아들이는 근거는.

“법률에 명시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을 할 수 있는 경우’에 의료법 제33조 8항 위반은 없다. 법에서는 환수 가능 대상을 반사회적인 의료행위나 해악을 끼치는 경우로 보고 있는데, 1인 1개소법 위반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집단이나 사람이 없다. 1인 1개소법 위반은 네트워크병원을 말한다. 단지 의사 간 동업 관계로 이뤄지는 병원이다. 어떤 사회적 해악이 있겠나. 대법원이 (1인 1개소법 위반을) 환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1인 1개소법은 ‘반(反)유디치과법’으로도 불렸다.

“네트워크병원인 유디치과를 타깃으로 2012년에 개정된 법안이다. ‘반값 임플란트’ 등 진료비를 합리화하면서 다른 치과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실제로 우리의 방침에 불만을 가진 치과계를 중심으로 법 개정이 이뤄졌다.”

-1인 1개소법의 당초 취지는 뭐라고 보나.

“원래는 무자격자 진료를 예방하려던 거였다. 옛날에는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무자격자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이뤄질 소지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그래서 의료인이 한 곳에 상주하면서 진료하라는 거였다. 지금은 교통·통신이 발달했고 원격 진료 얘기까지 나오는 시대다. 한 장소에 상주하게 하는 것이 지금 의미가 있을까. 근데 이 법이 개정되면서 취지가 왜곡됐다. 의사 사이에 동업하지 말라는 식으로 바뀐 거다.”

-1인 1개소법이 네트워크병원의 장점을 막는다는 얘기로 들린다.

“현재 법 조항은 시대착오적이다. 요즘 환자들이 동네병원만 가나. 직장 근처 병원이 더 편하지 않을까. 때론 출장 가서 다른 지역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의사가 아무리 한 곳에 있어도 환자가 거기에 가지 않거나 못하는 시대다. 오히려 환자의 진료기록이 계속 연계되는지가 중요해졌다. 굳이 차트를 복사하지 않아도 전에 받은 진료기록을 참고해 처방을 내린다. 중복 처방이 줄고 맞춤형 진료가 지속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이 네트워크병원이다. 지금은 치과 의사의 손기술에 좌우되는 시대가 아니다. 얼마나 최신의 기술과 얼마나 좋은 장비로 치료하느냐가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한 개인 병의원이 자신의 병원에서만 쓰는 용도로 이런 장비를 구비할 수 없다.”



-규모가 질을 바꾼다는 말인가.

“그렇다. 지금은 펜 모양의 스캐너를 입안에서 돌리면 3D 모델링이 돼서 컴퓨터에 저장된다. 이 파일을 기공소에 전송하면 3D 출력 기계로 모형을 찍어내 보철물 작업을 한다. 이 기계 한 대가 수억원에 달한다. 기공소는 네트워크병원과 거래하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다. 또 네트워크병원은 진료 원가를 낮춰 진료비를 합리화할 수 있는 도구이기도 하다. 1인 1개소법은 1인 공방 수준에만 머물라는 것과 다름없다.”

-네트워크병원의 부작용도 있지 않나.



“처음에 치과협회에서 우리를 공격할 때 만든 프레임이 ‘싼 게 비지떡’이었다. 이상한 재료로 많이 남긴다는 논리다. 근데 나중엔 이런 전략을 접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네트워크병원의 나쁜 점으로 거론되는 것 중에 네트워크병원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 있는가. 의료계 자체의 문제지 네트워크병원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영리화를 우려하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의료는 돈을 버는 수단이다. 중요한 것은 영리 추구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초래되는 결과다. 의료영리화든 영리병원이든 국민이 반대하고 우려하는 이유가 뭔가. 간단히 말하면 진료비가 비싸질까 봐서다. 근데 1인 1개소법을 주장하고 네트워크병원을 공격하는 이유는 진료비가 싸질까 봐다. 치과협회가 주장하는 게 진료비를 올리는 ‘수가 정상화’ 아닌가. 의료영리화 우려는 논리에도 맞지 않고 현상으로도 맞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위헌 소송에 영향을 미칠까.

“굉장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위헌 소송과 관련한 공개변론에서 재판관이 합헌을 주장하는 측에 네트워크병원으로 인한 부작용의 근거를 제시하라고 했다. 이것이 당시 쟁점이었다. 유독 네트워크병원에서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근거를 물은 것이었는데, 아무것도 제출하지 못했다. ‘업계의 평판’이라는 궁색한 대답밖에 못 했다. 우리는 네트워크병원이 기존 병원보다 착하고 정의롭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가장 최첨단이어야 할 의료계를 1인 1개소법이 재래식으로 묶어 놓고 있는 만큼 바꿔야 한다는 거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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