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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적폐청산 수사 지속’ 강한 의지…검찰개혁 완수에도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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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윤석열 지명]

기수·서열 뛰어넘은 두번째 파격인사

문 대통령 ‘검찰 개혁 적임’ 평가

검·경 수사권 조정도 탄력 기대

‘막내 형’ 윤석열, 대표적 특수통

국정원 여론조작 수사하다 좌천

“사람에 충성 않는다” 외압 폭로

국정농단 특검, 적폐청산 진두지휘

5기수 뛰어넘은 검찰 인사폭 관심

“인사역전 경험해 파장 덜할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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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검찰총장으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명됐다. 2년 전 ‘적폐청산 수사’를 위해 기수와 서열을 뛰어넘어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파격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는 ‘검찰개혁 완수’를 파격 지명 배경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 후임으로 윤 후보자를 임명제청하는 보고를 받은 뒤 이렇게 결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윤 후보자는 검찰 재직 동안 부정부패 척결과 권력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 특히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탁월한 지도력과 개혁 의지로 국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검찰 내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두터운 신망을 받았다”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북유럽 순방을 마치고 이날 연차휴가 중이던 문 대통령은 윤 후보자 지명을 위해 따로 시간을 냈다. 고 대변인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윤 후보자의 인사를 심의 의결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문무일 검찰총장이 임기를 마친 뒤인 다음달 25일부터 총장으로서 일하게 된다.

■ 거듭된 좌천 뒤 검찰 조직 수장으로

윤 후보자는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많이 한 만큼 검사로서 누구보다 굴곡진 이력을 쌓아왔다. 서울대 법대(79학번)를 졸업하고 1991년 ‘9수’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2011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2012년) 등 특별수사 핵심 보직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4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으로 차출했다. 윤 후보자가 “운명”이라고 말하는 수사다.

윤 후보자는 국정원 수사에 불만을 품은 청와대 등의 공작 논란 속에 채 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중도 낙마한 뒤에도 국정원 수사를 강행하다 여주지청장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당하는 등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 하지만 2013년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과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지방 고검을 전전하던 그는 2016년 12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 불법사찰 사건 등 굵직한 적폐수사를 2년 동안 진두지휘해 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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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폐수사-검찰개혁 쌍끌이 포석

윤 지검장의 검찰총장 발탁은 문재인 정부 탄생의 계기가 된 ‘적폐수사’를 지속해서 추진하는 동시에 ‘검찰개혁’도 완수하겠다는 쌍끌이 포석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자는 최근 사석에서 “내가 검찰총장 후보 검증에 동의한 것은 국정농단 등 기존 사건을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검찰총장에 임명되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수사해 재판에 넘긴 적폐 사건들 공소유지에도 대검찰청이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등 정·재계 외풍이 예상되는 사건에서 ‘바람막이’ 구실도 맡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또다른 핵심 과제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윤 후보자 역할을 두고서는 평가가 다소 갈린다. 검찰 수사권의 핵심인 특별수사 분야에서 커온 윤 후보자는 수사권에 강한 애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후보자는 검찰이 갖던 수사종결권을 경찰로 넘기는 개혁방안 자체에는 반대하지만, 검찰총장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 후보자가 최근 ‘검찰개혁은 청와대와 법무부, 국회가 완수하는 것이다. 검찰총장은 직접 플레이어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막내 형’ 검찰총장…인사 변동 폭은?

윤 후보자는 기수는 낮지만 나이가 많고 특유의 선 굵은 리더십까지 더해지며, 사법연수원 선배인 이들도 “석열이 형”으로 부르는 등 검찰 특수통 내부에서는 ‘막내 형’으로 통해왔다. 또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찍부터 있었기에, 전임자보다 다섯 기수 아래지만 검찰 내부의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총장이 누가 될 것인지가 아니라 ‘윤석열일까 아닐까’가 화두였던 만큼 검찰 내부적으로 받는 충격은 덜한 상태”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법조계 기수 파괴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충격을 상쇄시켰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대법원장으로 발탁해 선배 대법관들을 이끌게 했고, 최근 헌법재판관에는 90년대 학번에 연수원 26기(이미선)가 발탁되기도 했다.

하지만 향후 검찰 간부 인사 폭은 중폭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후배가 수장이 되면 옷을 벗는’ 검찰 관례가 그대로 재현된다면, 검사장급 이상 수십명이 사표를 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윤 후보자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이 될 때, 이미 인사 역전 현상을 거친 바 있어 이번에는 그 강도나 파급력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현준 이완 최우리 임재우 기자 haojune@hani.co.kr

[관련 영상] 법조 기자 검찰청 앞 브리핑-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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